관심 커진 코넥스(코스닥行 지름길 제3시장), 개인투자 예탁금 장벽에 한숨

한때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어 "전산 장비 돌리는 전기값도 안 나오겠다"는 비아냥을 받던 코넥스 시장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자금 조달과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면서 코넥스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거래량이 좀체 늘지 않아 주식을 사고파는 '시장'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4일 열린 코넥스 상장 법인 합동 기업설명회(IR)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 조건인 '예탁금 3억원'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코넥스 상장사 대표들로부터 쏟아졌다.

◇상장 기업 늘고 코스닥 이전 상장도 활기

지난해 7월 21개 기업으로 출발했던 코넥스 시장의 상장 기업 수는 현재 61개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4964억원에서 1조3444억원으로 증가했다. 연내 100개 기업 상장이라는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매달 2~3개 기업이 꾸준히 코넥스 상장을 신청하는 추세여서 내년 초쯤 7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코넥스 시장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증가한 것은 지난 6월 신속 이전상장제도(패스트트랙) 규정 완화 이후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때 자본금과 매출 기준 등을 대폭 완화해 줬다. 이에 힘입어 반도체업체 아진엑스텍이 지난 7월 코넥스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헬스케어업체 메디아나, 영상반도체업체 테라셈이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과 헬스케어업체 랩지노믹스 등 코넥스 시장의 유망주들도 올해 안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내년까지 코넥스 기업 20곳이 이전 상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넥스 기업의 자금 조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주식 공모를 하지 않는 코넥스 기업들은 대부분 사모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데, 지난해 하반기 136억원에 그쳤던 자금 조달 규모는 올 들어 50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주식거래는 여전히 부진… 3억원 예치금이 장애물

상장 기업이 증가하며 코넥스 시장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주식거래는 여전히 부진하다. 개장 초기 하루 평균 7만주가량 거래되던 거래량은 이달 들어 6만5000주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유동 주식 수가 적다 보니 상장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코넥스 상장사들은 거래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 예치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 리스크가 높은 중소·벤처기업 특성상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치금 3억원을 내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진입 장벽이 높아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군호 코넥스협회장(에프앤가이드 사장)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3억원이라는 장벽은 너무 큰 부담"이라며 "5000만원이나 1억원 정도로 낮춰도 투자자 보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예탁금 3억원을 내고 코넥스 시장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는 올해 초 현재 1300명(계좌 수 기준) 정도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7일부터 코넥스 시장에서 단주거래와 시간외 대량매매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예치금 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양태영 코넥스시장부장은 "기업 정보가 최소한으로 제공되는 코넥스 시장에 일반 투자자들이 코스닥처럼 자유롭게 참여하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예치금 완화 외에 다양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