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전망 밝은데… 거꾸로 가는 개인

초저금리로 투자자들이 돈 굴릴 데가 없어 아우성인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를 놓고 개인과 기관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반 개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공모(公募)형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반면 고액 자산가나 증권사 등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私募)형 해외 부동산 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는 올 들어 7% 수익을 올리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3.3%)를 크게 따돌렸지만 자금은 늘기는커녕 160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반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올 들어 부지런히 해외 부동산을 직매입하면서 신규 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기관들은 저금리 시대에 전통적인 투자만 해선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고 보고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돈 된다' 기관들 뭉칫돈

올 들어 국내 기관 큰손들은 해외 부동산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장기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어 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도심 오피스 빌딩이 주요 투자 대상인데 쇼핑몰이나 호텔, 실버타워 등으로 점점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투자자도 과거엔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공제회 등이 주축이었지만 최근 들어 보험사, 우정사업본부 등이 가세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5년 전에 투자한 영국 HSBC빌딩을 지난달 매각해 약 1조원의 차익을 내며 잭팟을 낸 만큼,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기관 중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최대인 국민연금은 이달 독일의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신축 중인 대형 오피스 빌딩을 3500억원에 입도선매했다. 앞서 6월엔 폴란드 쇼핑몰 두 곳 등에도 8000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 측은 향후 연 6~7%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투자 다각화 차원에서 매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하나대투증권·동양생명 등도 이달 미국 부동산 투자사와 손잡고 미국 휴스턴의 오피스 빌딩을 인수했다. 5년간 연평균 7~8%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의 '1750K 스트리트'빌딩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금액은 약 1200억원. 삼성생명이 100% 출자한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도 이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실버타워 인수를 위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7월엔 1000억원 규모의 미국 워싱턴 오피스 빌딩을 사들였다. KDB대우증권도 올 초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호텔 개발사업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개인들, 양호한 성과에도 '돈 빼자'

우리나라 국민은 전체 자산의 70%를 부동산으로 깔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 사랑이 유별나지만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에는 냉담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수익률도 양호하고 내년 전망도 밝은 편이지만,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액은 계속 줄고 있다. 한화라살글로벌리츠펀드는 올 들어 20%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펀드 규모는 265억원 줄었다. 김선희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한창 인기였던 2007~2008년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이 플러스권에 들어서자 많이 환매했다"고 말했다.

올해 양호한 성적을 기록한 해외 부동산 펀드는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정연 하나자산운용 투자1본부장은 "국내에서 오피스 빌딩의 기대 수익률이 5% 중반이라면 해외 투자의 경우 여전히 7% 수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규 자금 유입이 더딘 이유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회사 창구 직원 입장에선 주가연계증권(ELS)을 파는 게 편하지, 해외 부동산 펀드처럼 환율 등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상품을 추천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론 부동산 펀드에는 악재일 수 있어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