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 언어 없으니 세계화 더 쉽죠"

"농악은 세계화 가능성이 가장 큰 전통예술이에요. 언어가 없으니 판소리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요."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27일, 임돈희(70)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동국대 석좌교수)은 "농악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 민속학자인 임 교수는 우리나라 인류무형유산 등재의 산증인이다. 2000년 유네스코에서 무형유산 선정 국제심사위원단이 처음 꾸려졌을 때 아시아 유일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2001년과 2003년 종묘제례악과 판소리가 채택되는 현장을 지켜봤다.

올해 농악이 등재되는 데도 그의 노하우가 큰 힘이 됐다. 임 위원장은 "인류무형유산 등재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오랫동안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면서 현재까지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며 "유네스코가 갈수록 '공동체'를 강조한다"고 했다. 사라져가는 문화보다 그 나라 사람들이 현재 즐기고 자랑스러워하는 유산이어야 한다는 것.

"농악은 마을의 제사나 축제,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축원, 전문 연희패 공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연주되잖아요. 즐거운 일에는 늘 농악이 함께했으니 한국인에겐 신명의 상징이죠. 꽹과리·장구·징·북 등 타악 합주에 상모돌리기 같은 춤, 연극 요소까지 갖춘 종합예술입니다. 사물놀이도 농악에서 온 거 아시죠?농악에서 음악만 따로 빼서 재창조한 게 사물놀이입니다."

임 위원장은 "북한이 이번에 아리랑을 인류무형유산에 처음 올렸고 내년 심사 대상으로 '김치 담그기'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대한민국의 아리랑'에 이어 지난해 '김장문화'를 등재했다. "우리는 등재된 무형유산이 많아서 내년엔 단독 등재 자격이 없고, 캄보디아·베트남·필리핀과 공동 등재하는 '줄다리기'가 올라가 있습니다. '제주도 해녀'는 2016년 등재 심사가 이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