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테마 뜻밖 부진…자사株 매입도 반짝 효과

한국 증시 간판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지만 증시에선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주가 강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노리고 혜택을 볼 종목을 담은 펀드 상품 수익률도 그다지 좋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 등 기업 자체의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기대감만으로 주가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현대차·SK 자사주 매입 잇따라

삼성전자는 26일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27일부터 오는 2015년 2월 26일까지 보통주 165만주, 우선주 25만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1일 각각 4490억원, 2209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에 나섰고, SK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총 7954억원어치 매입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지주회사 전환을 쉽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적 분할 시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분배하면 분할되는 사업 회사에 대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현대차의 자사주 매입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SK는 SK C&C와 합병하려는 포석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 주주 친화 정책으로 일단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27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5.25% 오른 12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차도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주가는 17만원 선을 웃돌았다 다시 하락해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SK도 마찬가지다. 2월 말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직후 19만원 초반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는 17만원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지배구조 펀드도 수익률 저조

이러한 현상은 펀드 상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운용업계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계기로, 올해 6월부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혜택을 볼 만한 종목을 담은 공·사모 펀드를 쏟아냈지만 수익률은 그다지 좋지 않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편 공모 펀드의 지난 3개월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3.2%를 기록했다. 올해 6월에 설정된 '신한BNPP기업지배구조자[주식](종류A1)'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삼성물산·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주를 주식 내 비중 36% 정도로 투자했는데, 이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하며 설정 이후 11월 말 현재까지 5%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 하락세가 펀드 수익률 부진을 이끌었다. 지배구조 개편 펀드에 공통적으로 담겨있는 KCC·삼성SDI·현대글로비스는 지난 3개월 동안 각각 23%, 11%, 9% 주가가 빠졌다.

◇업황·기업실적 회복 필요

자사주 매입이나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오래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업황이나 기업 자체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남경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연초에 비해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미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영향을 줬다"며 "2015년에도 현대차 업황 및 실적 개선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애플의 선전과 중국 샤오미 등 신흥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3년여 만에 5조원을 밑돌기도 했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과거 자사주 매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6번 중 4번은 단기적(한 달간)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며 "다만 그 후에는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주가가 엇갈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