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2000원 오르면, 흡연율(성인 남성) 42%→20%대로"

내년에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건강증진기금에서 금연 사업 예산을 올해 112억원에서 내년에는 1521억원으로 13.6배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연 사업 예산이 건강증진기금 지출액의 0.6%에서 5.6%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기로 여야가 잠정 합의함에 따라 담뱃세에서 나오는 건강증진기금이 올해 2조28억원에서 2조7188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금연 사업에 할당되는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

특히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당장 담배 소비량이 현재보다 34%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근혁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담뱃값을 올리고 흡연 경고 그림 같은 비가격 정책을 동시에 이행하면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대로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42.1%이다.

◇흡연자 금연 캠프 운영하고, 금연 치료제 건보 적용

담배에서 나오는 건강증진기금이 매년 2조원을 넘지만 정부가 이 중 금연 사업에 쓰는 돈은 고작 0.6%(112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담뱃값을 올리면서 정부는 늘어나는 건강증진기금 7000여억원 가운데 1300억원을 금연 사업에 배정하기로 했다.

올해는 112억원의 예산으로 중·고교와 군인, 전·의경 등을 대상으로 금연 사업을 했으나 내년에는 아동에서 대학생·여성까지 금연 교육 대상자를 확대하고 병·의원에서 '골초' 등에게 금연 치료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전국 1만1627개 모든 중·고교에서 금연 상담과 교육을 하기로 했다. 특히 전국 보건소 등에서 운영하는 금연 클리닉에 매년 5000만원씩 지원하던 것을 1억원으로 늘려 금연 교육 대상자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흡연자 금연 캠프도 보건소 등에 신설해 120억원의 예산으로 체계적인 금연 교육과 상담을 하기로 했다. 흡연자 금연 캠프는 1명당 하루 5만원의 예산으로 금연 교육과 함께 금연 보조제 등을 지원하게 된다. 미국에서도 흡연자 금연 캠프인 메이요(Mayo)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52%가 금연에 성공할 정도로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금연 홍보용 만화와 동화도 개발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연을 본인 의지에만 맡기면 성공률이 4%인 데 비해 의사나 전문가로부터 충고와 상담을 받으면 평균 8%로 두 배가량 오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건강보험에서 금연 치료제를 보험에 적용키로 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높은 만큼 건강증진기금에서는 저소득층(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금연 상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경은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의료급여 수급자는 금연 치료를 받게 되면 병·의원에서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이 돈을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담뱃값 내년부터 80% 인상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올 연말까지 흡연자들의 극심한 사재기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 이동수(45)씨는 "한꺼번에 담뱃값이 거의 두 배가량 오르기 때문에 올해 안에 몇 보루는 사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KT&G는 이미 담배 소매상들에게 판매하는 담배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 스모킹은 "담뱃값을 한꺼번에 80%나 올린 나라는 거의 없다"며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옛 마일드세븐)가 4042원(430엔)인데 한국 담배는 4500원으로 일본보다 담뱃값이 비싸진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도 일본 흡연자에 비해 담배 한 갑당 714원이나 높아진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정치적 약자인 서민을 타깃으로 한 증세"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