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제주 한라산 둘레길 중 동백길을 걷다

4박 5일 제주도 한라산 둘레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3달 전 저가항공권을 어렵게 구입해 놓고 1달 전 서귀포 휴양림 예약. 봄에 제주 여행을 함께한 친구들 7명이 떠났다. 나이는 50~60대 여자들. 준비물은 신분증, 쌀 1kg, 김치4/1쪽, 밑반찬 한가지씩, 양념 2가지씩. 회비 20만 원, 필요한 옷이나 장비 등 개인 준비물은 알아서 준비할 것.

우린 이렇게 해서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무슨 에베레스트 등반하는 것처럼 커다란 등산 가방에 꼭 필요한 짐만 챙겨 김포공항에 도착. 이번 여행에선 또 어떤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배낭을 메고 제주에 몇 번 들락거렸지만 그때마다 자연스런 제주의 모습은 경이롭고 감사했다.

쪽빛의 바다와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온, 용암으로 이뤄진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돌, 한라산 둘레길 중 우리가 걸은 동백길은 검은 돌밭 길이다. 제주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쪽빛 바다, 검은 돌로 쌓아올린 나즈막하고 정겨운 밭담, 푸른 하늘, 넓은 초원에 한가로운 말들, 그리고 노란 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있는 모습들.

봄엔 절물휴양림에 머물면서 올레길을 걸었는데 이번엔 한라산 둘레길과 오름을 걷고자 한다. 이 설레임…, 기다림…. 제주공항에 내려 재래시장에 들려 흑돼지를 사서 모두 주부 9단 출신인 요리사의 솜씨로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식사 당번조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점심때 먹을 멸치 주먹밥과 간식도 준비했다. 이른 아침 7시 출발, 출발하기 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길을 나섰다. 동백길 구간은 무오법정사에서 출발하지만 우리는 서귀포 휴양림 숙소에서 묵었기 때문에 휴양림 숙소를 등지고 좌측 산책길로 들어가 계곡을 건너 동백길로 접어들었다.

동백길은 13.5km이고 4.3의 주둔소~화전민터~동백나무~편백나무 군락지~법정이오름~어점이오름~시오름~미약산~강정천~악근천 등이 있지만, 체력과 시간이 허락지 않아 시오름만 정상을 찍고 한바퀴 돌아 다시 동백구간 돈내코 쪽으로 걸었다.

동백길을 걷는것은 쉽지가 않다. 돌 길이기 때문에 눈을 돌릴 수 없어 아래쪽만 보고 걸어야 하니 목에 피로도 쉽게 느껴지고 무릎이나 발목, 허리에도 무리가 가기 쉽다. 때문에 신발의 선택도 중요하고 스틱을 사용해  몸을 보호하며 걸어야 한다.

길을 걸을 때 1시간마다 10분간 쉬어가며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며 양말을 벗어 발의 열기를 빼주었다. 우리 팀은 평소에 도보여행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이번 한라산 둘레길 여행도 무사히 다녀왔다.

크고 검은 바위가 돈내코 계곡에 덮여 있는 모습을 보며 화산 폭발 시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고 내가 한라산 중턱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음이 실감났다. 무성하고 울창한 산림 속 한라산의 가을 단풍은 색이 곱지는 않다. 기후 탓이리라. 하지만 산 아래 펼쳐보이는 바다는 역시 아름다운 쪽빛이다.

여행은 자연과의 만남이고 나와의 만남이고 중요한것은 너와의 만남이다. 일상을 떠난 시간과 자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비워지고 힐링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것이 여행의 맛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