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석달 후 얼마? 하이일드 펀드(분리과세)에 물어봐!

금융투자업계에 등장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펀드가 회사채 시장은 물론 국내 증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얘기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던 삼성생명에 견줄 만한 대어(大魚)로 불렸던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도 증시 상장을 앞두자 공모주 투자 대박을 노린 사람들이 올해만 이 펀드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넣었다.

◇7개월 만에 2조1000억원 들어와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딱 두 종류의 펀드로만 자금이 들어왔다. 배당주 펀드와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로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2조1000억원이 순유입됐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정확히 말하면 공모주 펀드는 아니다. 신용등급 BBB 정도인 회사채에 총 자산의 3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다. 대신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모주 전체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정부가 비우량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았는데, BBB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공모주 우선 배정이라는 당근을 끼워 넣은 것이다.

삼성SDS 상장 이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일반 공모주 펀드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자 관심이 더욱 커졌다. 흥국자산운용의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A는 상장 당일 3.3% 수익을 냈다. 만약 한국투자증권에서 1억원어치를 청약했다면 8주를 배정받게 되고 이를 시초가에 팔았을 때 최초 투자 금액 대비 수익률은 1.5%다. 일반 공모주 펀드는 담고 있는 물량이 적어 1%대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BBB 등급 회사채 수요 늘어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공모주를 배정받으려면 BBB등급 회사채를 무조건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회사채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올 초만 해도 BBB등급 회사채의 연 수익률은 7% 안팎이었으나 현재는 3~4%포인트 하락했다(채권 가격 상승). 다행히 최근 들어 BBB등급의 회사채 발행이 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충분히 담을 만한 규모는 아니다.

이 때문에 하이자산운용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를 내놓으며 유안타증권의 파생결합사채(DLB)를 담았고, 흥국자산운용은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운명의 2월 주목하라

요즘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2월 삼성SDS의 주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때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담고 있는 삼성SDS 주식이 한꺼번에 주식시장에 쏟아져 나와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모주를 배정받을 때 운용사와 증권사 간 체결하는 '의무 보유 확약'이라는 조건 때문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공모주를 배분하는 증권사에 '이 기간 동안은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공모주는 상장 이후에 바로 팔아 차익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의무 보유 확약을 하면 해당 기간은 주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운용사가 삼성SDS에 대한 의무 보유 확약을 3개월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이 지나면 운용사는 얼마든지 보유한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낼 수 있다.

물론 운용사가 삼성SDS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도 있지만 주가가 이미 고점을 찍어 더 이상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새로운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경우 매도 물량이 한 번에 나올 수 있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내년 2월이 삼성SDS 주가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