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시작해 50년… 이제 '꿈의 무대' 섭니다

"50년 전 창단 때는 동대문시장 근처 을지예식장을 연습실로 오래 썼어요. 전봉초 선생님이 예식장 주인과 잘 아신다고 해서. 연주료요? 그때는 선생님이 시장에 데리고 가서 막걸리에 빈대떡 1장 사주시면 좋아서 먹은 게 전부입니다."

김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음대 4학년인 1965년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멤버로 합류해 악장을 맡았다. 대학 은사였던 전봉초(1919~2002) 교수가 만든 민간 합주단이었다. 창단 연주는 그해 명동국립극장에서 가졌다. 단원은 음대생 위주로 구성된 열대여섯명. 주 레퍼토리는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이었다.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 간 김민은 1979년 귀국한 뒤부터 지금까지 바로크합주단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내년 창단 50주년을 맞아 세계로 뛰어든다. 스위스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 가르트(Gart)와 손잡고, 유럽과 미국의 대표적 콘서트홀에서 표를 파는 상업 공연을 갖는다. 바로크합주단은 해외 초청 연주만 117회를 했지만, 이번처럼 본격적으로 구미 클래식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처음이다. 내년 2월 말 런던 사우스뱅크,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그레이트홀, 빈 무지크페라인을 도는 유럽 공연이 시작이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존 말코비치가 내레이터를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 작곡가 펜데레츠키 등이 지휘자나 협연자로 나서는 막강 전력이다. "말코비치를 어떻게 아느냐고요? 물론 모르죠. 가르트사(社) 대표 이노 미르코비치가 유네스코 산하 아티스트인데, 말코비치도 유네스코 산하 예술가이거든요. 가르트에서 우리 공연을 위해 주선한 거죠. 저희는 연주료 받고 가는 공연이고요."

김민 감독은 "동대문시장에서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인 무지크페라인까지 오는 데 50년이 걸렸다"며 감격했다. 3월에도 폴란드 베토벤 페스티벌 등 4곳, 10월엔 존 말코비치가 내레이터로 나서는 뉴욕 카네기홀 연주 등이 잡혀 있다.

바로크합주단에는 전용우 KBS 교향악단 악장처럼 3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고참 단원이 많다. 각자 대학이나 교향악단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일요일 오후 3시 두 차례 만나 연습한다.

바로크합주단은 내년부터 현악 중심 앙상블에서 목·금관 주자를 영입, 연주자 45명 규모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변신을 꾀한다. 유럽의 저명한 수석 객원 지휘자를 영입해 2016년부터 연 4회 이상 프로그램을 맡길 예정이다. 김민 감독이 이끄는 리더 중심 체제에서 지휘자 중심 체제로 바꿔, 직업 오케스트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제 인생 3분의 2 이상을 바로크합주단과 보냈어요. 바로크 합주단이 최고(最古)가 아니라 최고(最高)로 남을 수 있는지 마지막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김민 감독은 결연한 표정이었다.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50주년 특별콘서트 1, 2015년 1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존 말코비치 내레이션, 세르게이 심바탄 지휘, 서예리·크세니아 코간 출연, (02)592-5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