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급락에 빛 잃은 태양광… 대체 에너지株 울상

이제 서울의 운전자들도 자동차에 휘발유를 1리터 1500원대로 넣을 수 있게 됐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 들어 휘발유 가격은 눈에 띄게 하락하는 추세다. 국제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앞으로 크게 반등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운전자들은 신났지만, 일부 업종은 타격이 크다. 유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내고 있는 정유 업종 외에도 대체 에너지 관련 산업도 충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저유가의 거센 바람에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태양광·풍력으로 파편 튀어

지난 3일(현지 시각) 런던ICE 선물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9% 내려 69.92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10.1% 하락했다. 북해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에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중동산 원유의 대표 유종인 두바이유도 70달러 선이 붕괴됐다.

유가 하락의 대표적 피해 업종은 정유다. 정유사들은 도입한 원유 가격은 비쌌는데, 유가가 내려가면 재고의 가치가 하락해 그만큼 손실이 나는 구조다. 유가 급락 공포 속에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OPEC 회의가 끝난 다음 6.9% 내렸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유가에 그동안 웃었던 것은 대체에너지다. 태양광이 대표적인데, 유가 하락의 불똥은 바로 태양광주로 튀었다. 태양광 산업은 유가가 비싸야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석유 감산 합의가 실패하고 유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지자, 국내 태양광 업체인 SKC솔믹스·웅진에너지·한화케미칼은 5~6% 내렸다. 태양광 부품주 가운데 빅텍·DMS도 4.8% 하락했다.

풍력 관련주인 씨에스윈드도 비슷한 이유로 18.9% 내렸다. 이 회사는 풍력발전기의 기둥인 타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태양광 전망 악화에 은 가격 내려

은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OPEC이 석유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은 가격은 전날보다 1.5% 하락했다. 같은 귀금속인 금은 같은 날 0.3% 하락했는데, 은이 하락 폭이 더 크다. 은은 7월만 해도 온스당 20~21달러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15달러 선을 기록 중이다.

금과 달리 은은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많은 양이 사용된다. 최근 은은 태양광 패널이라는 새로운 수요처를 찾았다. 태양광 패널에는 은이 15~20그램 들어간다. 태양광 산업이 유가 하락으로 위축되면 은 수요도 감소하는 구조여서, 유가 하락이 은 가격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푸틴도 소용없는 러시아 펀드

유가가 하락하자 러시아 주식시장은 폭격을 맞은 듯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경제제재에 대해 최근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를 굴복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밝혔지만, OPEC발(發) 저유가는 상황을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러시아 증시는 OPEC의 감산 합의 실패 이후 7.7% 내렸다. 러시아 펀드도 손실이 크게 나고 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러시아대표성장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C' '미래에셋인덱스로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C-e' '하이러시아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 1'은 불과 1주일 만에 수익률이 11% 하락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1985년이 지금과 비슷했던 시기라고 설명한다. 1985년 12월 배럴당 30달러 선에 거래되던 유가는 그다음 해 7월, 10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그는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북해유전의 유가를 자유화하겠다고 선언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맞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오히려 증산에 나섰고, 이 충격으로 미국과 북해의 유전은 탐사가 중단됐다"며 "이 사건의 진짜 영향은 몇 년 뒤 의외의 지역에서 나타났는데, 소련의 붕괴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