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 150년 된 바스프(BASF) "위기일수록 더 지속적 투자"

"위기일수록 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고객을 심도 있게 연구·분석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회는 바로 '고객'에게서 나옵니다."

쿠르트 복(Bock·56·사진) 독일 바스프(BASF)그룹 회장은 이달 4일(현지시각) 루트비히스하펜 본사에서 열린 창립 15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150년간 바스프가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며 살아남은 비결은 단 하나, 고객을 향한 투자"라고 말했다.

1865년 독일 남서부의 소도시 루트비히스하펜에서 출범한 바스프는 내년에 150주년을 맞는다. 청바지 염료 회사로 시작해 비료·플라스틱·전자소재·에너지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세계 최대 화학 기업으로 성장한 이 회사는 전 세계에 공장 376개와 직원 11만2000여명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40억유로(약 101조원)에 달했다.

"바스프는 '공동창조(co-creation)' 정신을 통해 언제나 고객사와 협력해 신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최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R&D(연구개발)센터를 잇따라 열며 아시아 투자를 대폭 늘린 것도 고객사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복 회장은 "150년 바스프 역사의 중심은 고객"이라며 "바스프가 무려 5만여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고객의 니즈(needs·욕구) 충족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즉 고객사마다 원하는 제품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발바닥 충격을 흡수해주는 아디다스의 기능성 운동화 밑창,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에 달린 플라스틱 휠, 나무 질감의 천연 섬유로 제작한 BMW 전기차 i3의 대시보드 등이 바스프가 고객사에 제공하는 특화된 고객용 맞춤 제품이다.

복 회장은 "바스프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크고 작은 사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셀 수 없는 위기를 겪었다"며 "특히 전쟁으로 해외 사업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회사가 사라질 뻔하기도 했다"고 했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사업을 재건했고 특히 해외에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중국에서는 1885년 진출 후 수많은 위기에도 굳건히 버텼고 지금 중국 내 최대 외국계 화학 회사가 됐습니다."

그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 기업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 화학기업에 대해 "R&D와 인재(人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 사업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 회장은 한국 정부에 대해선 "정부가 '화학물질 평가법' 같은 각종 규제로 기업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뮌스터와 쾰른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복 회장은 1985년 바스프에 입사했다. 1992년 보쉬로 이직했으나 98년 바스프 미국 지사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로 복귀했다. 2011년 바스프그룹 회장을 맡은 그는 작년 국제화학산업협회(ICCA) 회장에 뽑혔다.

복 회장은 "미국 과학소설가 토마스 헤이거가 쓴 '공기의 연금술(The Alchemy of Air)'이란 책을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다. 이 책은 자연재해로 인류가 기아(饑餓)에 처하자 자기 중심적인 과학자 프리츠 하버와 은둔형(型) 알코올 중독자인 칼 보쉬가 공기를 이용해 빵을 만들고 작은 도시만 한 공장을 짓는 과정을 담은 가상소설이다. 복 회장은 이 책을 기자에게 건네주며 "바스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