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입양된 계열사의 운명… 市場은 현재의 엄마만 본다

지난달 26일 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과 화학 회사들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겠다고 하자 삼성테크윈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14일만 해도 3만7300원이었던 삼성테크윈 주가는 이달 2일 한때 2만5900원까지 하락했다. '간판'. 주식투자에서도 분명 중요한 요소였다. 기업 가치는 그대로여도 어느 그룹 간판을 달았는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 일쑤다.

조선비즈가 최근 5년간 대기업이 주도한 M&A, 혹은 그룹 해체의 영향으로 간판이 바뀐 기업 40여개사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소한 단기간 주가 흐름만 보면 이름 있는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는 것이 주가에 유리했다.

◇매각설만 나와도 급락 잇따라

삼성그룹에 속해 있다가 M&A를 통해 다른 회사의 계열사가 된 경우는 삼성테크윈 이전에 아이마켓코리아가 있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구매 대행 회사로, 대기업이 구매 대행 사업까지 하면 되겠느냐는 여론의 역풍이 불면서 2011년 매각됐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그룹의 매각 방침이 정해진 뒤 연일 급락했다. 삼성그룹은 2011년 8월 1일 아이마켓코리아 매각을 발표했는데, 당일 하한가까지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두 달 만에 58% 떨어졌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이후 삼성그룹이 매각 후에도 계속 거래하겠다고 밝힌 뒤에야 반등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도 지난달 24일 최대 주주인 비스테온이 사모펀드에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일 12% 떨어졌고 이후로도 한동안 하락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엠텍은 포스코그룹이 재무 구조 개선 과정에서 매각할 수 있다는 설이 제기되며 급락한 경우다. 포스코엠텍은 지난 4월 중순만 해도 5000원대 중반이던 주가가 5월 19일 407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포스코가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급등세로 전환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같은 시기 4만원대 안팎에 머물던 주가가 3만원까지 밀렸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가 지분을 처분하고 독자 행보에 나선다고 밝힌 이후 소폭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에 속하게 된 기업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승승장구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리바트와 한섬, 녹십자가 인수한 녹십자셀, 한솔그룹이 인수한 신텍과 넥스지, 솔라시아, 포스코가 인수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등은 모두 초반 주가가 상승했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부터 그룹 계열사였으나 그룹 이름을 회사 이름 앞에 붙인 이후 급등한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BNG스틸은 원래부터 현대차그룹 계열사였으나 2011년 3월 사명 앞에 '현대'를 붙인 이후 한 달 만에 2배 넘게 상승했다. 사명 앞에 현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오너 일가의 다른 가족에게 상속될지 모른다는 염려가 주가에 일정 부분 반영돼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금리 오르고 직원 이탈하고… 주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4가지 이유

전문가들은 아무리 대기업 간 M&A여도 규모가 더 작은 대기업 집단으로 옮기게 되면 주가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실적을 따라가지만, 단기적으론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4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굳건한 그룹에서 이탈할 경우 신용 등급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채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우리F&I는 우리금융지주가 매각한 이후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둘째 이유는 빅배스 가능성에 따른 투자자 이탈이다. 빅배스란 최대 주주나 경영진이 바뀐 이후 강도 높게 회계 작업을 실시해 잠재적인 부실을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존 사업 중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미리 쳐내다 보니 당장 실적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한통운도 CJ그룹 인수 이후 1~2년간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어닝쇼크가 일어났다. 그룹주 펀드의 자금 이탈도 우려 요인이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은 그룹주 펀드 규모가 크다 보니 당장은 수급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직원 이탈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