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뮤지컬 <사랑해도 될까요>를 보고

친구와 약속을 하고 혜화역에 내려 '눈빛극장'을 찾는 일부터 나의 관람기는 시작된다. 항상 대학로는 거리가 복잡하다. 공연하는 곳이 대부분 소극장인지라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고 공연장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인터넷 검색으로 주소와 극장 명을 찾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혜화역 몇 번 출구인지 알아 둔다. 좀 이르게 와서 극장을 찾아 예약하고 오랜만에 나온 대학로 거리를 구경하거나 차를 마신다.

이번 눈빛극장은 지하 소극장이 아닌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수월했다. 뮤지컬 <사랑해도 될까요>는 잘 나가는 감성소설가 태연과 해충방제업체 신입사원 지수가 서로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코믹극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에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이성을 사로잡는 소설가 김태연, 그러나 그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새집에 자꾸만 나타나는 바퀴벌레들이다. 바퀴벌레를 없애기 위해 해충방제업체를 부른 태연은 업체 직원 지수에게 한눈에 반한다.

글로 상대를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니 어렵기만 한 태연, 연극이 시작되며 알콩달콩 '썸 타는' 12살 띠동갑내기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엔 '썸 탄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갔다. 이건 세대 차이다.

배우들의 열정, 눈빛, 재치 있는 애드리브 등 많은 시간 연습했음이 느껴진다. 노래를 잘 부른다. 음정도 좋고 발음 또한 정확하다. 무엇보다 소리가 젊어서 좋다.

젊은이들의 우연한 만남 속에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풀어낸 이 코믹극은 대부분 사람들이 사랑하기 시작할 때 느끼는 감정과 행동을, 극히 주관적일 것만 같은 감정, 어투, 행동 등을 객관화시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에 빠져들고, 노래에 빠져들고, 사랑하기 시작할 때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유치할 정도로 쉽게 표현했다.

뮤지컬이라면 대형 무대에 많은 배우들의 등장을 떠올렸는데 그런 선입견도 버렸다. 연극을 관람하고 나서 늦은 밤, 환하게 불 밝힌 대학로 거리를 빠져 나오며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