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손주와 로봇 만들기

돌보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손주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심심해 한다. 공부는 하기 싫고 컴퓨터와 TV는 할머니가 허락을 안하시고…. 이런 손주를 위해 특별한 놀이를 시도 해보았다.

"우리 만들기 할까?"

시쿤둥해 한다.

"로봇을 만들자"

"무슨 로봇이요?"

그제사 관심을 보인다.

"폐품을 이용해서 멋진 로봇을 만들어 보는 거야. 네 책 중에 로봇에 관한 책 있지? 가져와 봐 정보 좀 얻게."

이렇게 해서 3주에 걸친 로봇 만들기에 도전하였다. 우선 재료 모으기 시작했다. 택배 온 종이박스 2개, 티슈상자, 죽집에서 따라온 반찬통, 생수 페트병, 색종이, 크레용, 물감, 풀 등등. 열흘동안 집 베란다엔 페품으로 공간이 메꿔진다. 아이들이 과자봉지 하나라도 안버리고 열심히 모은 탓이다. 아이들은 재료 모으는 일도 꽤 열심이다. 모은 페품에는 칫솔도 있고 우유병도 있다.

손주녀석과 4살짜리 손녀 딸은 어리둥절하더니 몸통이 만들어지고 다리를 붙이고 나니 점점 이해가 되는듯 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고 아이디어가 넘쳐 나온다. 재료를 모으면서 부터 오랜시간 동안 천천히 생각하고 만들며 즐길 수 있는 느림의 교육이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밖의 날씨는 영하의 추운 날씨라 집안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신나는 놀이가 있을까? 하루에 만드는게 아니고 시간 될때 마다 심심해 할때 슬쩍 재료들을 꺼내놓으면 둘이 두세시간 훌쩍 잘 논다. 나는 그 사이 쉬기도 하고 할 일도 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손주와 의견충돌이 가끔 일어나지만 아이들의 새롭고 기발한 생각들을 존중해서 거의 아이들 의견에 따랐다. 몸통에 테이프 붙이는일 빼고는 거의 아이들의 작품이다.

드디어 로봇이 완성되었고 마지막으로 로봇의 이름을 지었다. '로봇뚱이', 아이들이 만든 페품 로봇의 이름이다. 아이들은 항상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로봇뚱이'를 부를 때마다 아이들의 입가와 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나타난다.

아이에게 창의력도 생기고,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 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완성했다는 성취감도 맛보게 한 것이다. 나도 뿌듯한데 손주녀석 이리보고 저리보고 정말 좋은가 보다. 저녁에 퇴근하고 온 며느리가 아이들이 만든 로봇을 보며 미소를 활짝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