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빠지던 삼성그룹株 펀드, 제일모직 덕에 부활

제일모직이 상장하며 주식시장에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증시의 새로운 황태자 대접을 받았던 삼성에스디에스는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제일모직으로만 쏠리면서 곤두박질했고,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쏠리며 불씨가 꺼져가던 삼성 그룹주 펀드가 살아났다. 공모 청약의 관심을 등에 업고 새내기주가 연말에 무더기로 상장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제일모직 대신 삼성그룹주라도…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삼성그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인기가 높아져 일반 공모 청약에서 한 주도 배정받기 어렵게 되자 삼성그룹주로 눈을 돌린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로는 11월 이후 약 두 달간 3458억원이 들어왔다. 1~10월까지는 6000억원 넘게 빠져나갔었다. 11월 한 달 동안에만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모)로 1257억원이 순유입됐고 한국투자삼성그룹 1(주식)(모)로는 941억원이 순유입됐다.

삼성그룹주 주가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도록 만들어진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도 부쩍 늘었다. KODEX삼성그룹 ETF는 일평균 거래량이 10월에 20만주를 밑돌았는데 11월에는 80만주에 육박했다. 12월 들어서도 23만주 정도가 하루에 거래되고 있다. KINDEX삼성그룹SW ETF는 일평균 거래량이 10월까지만 해도 3만주 미만이었는데 11~12월에는 10만주가 훌쩍 넘었다. 백재열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과정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관심에서 멀어진 삼성에스디에스

지난달까지만 해도 올해의 대어로 주목받았던 삼성에스디에스는 제일모직이 상장하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18일에만 3.28% 하락하며 28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1월 26일 기록했던 42만9500원에 비교하면 35%가량 내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에스디에스의 삼성그룹 지배 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제일모직만큼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제일모직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25.1% 가지고 있고, 이건희 회장이 3.7% 보유 중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8.4%씩 들고 있다.

더구나 삼성에스디에스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 구조와는 무관하다는 견해도 있어 제일모직이 지배 구조상 삼성그룹의 최정점에 있다는 평가와도 비교된다.

◇대어에만 관심… 중소형주 외면

삼성 관련 기업에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제일모직은 수요예측에서만 465대1 경쟁률을 보였고, 공모가는 상단인 5만3000원을 받았는데, 12월에 수요예측을 마친 기업 중 경쟁률이 100대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7개에 달했다. 국일신동은 공모 가격이 1700원으로 희망 공모가 상단 수준이었지만 경쟁률은 29대1 로 저조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에서 기업이 희망하는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은 곳도 속출했다. 서전기전의 공모가는 6500원이었는데 이는 희망 공모가 하단인 1만500원보다 약 48% 낮은 수준이었다. 영백씨엠의 공모가도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1000원 낮은 5500원이었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공모가도 희망 공모가 하단인 1만6000원에 1000원 못 미쳤다. 이츠웰 등 일부 기업은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해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덩치가 큰 기업이 IPO 시장에 나오면 공모 청약이나 공모주 투자자도 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 중 일부는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