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場기업 매출액·순이익률 2분기 연속 하락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악화된 데다 경기 침체,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3분기(7~9월) 우리 기업의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중 상장기업들의 총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분기(-4%) 이후 가장 나쁜 수치로, 2분기(-2.9%)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3분기 상장기업들의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1000원어치를 팔아 42원만 남겼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함께 악화됐다는 것은 기업의 외형과 내실이 모두 안 좋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은 원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동반 부진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액이 47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매출도 1년 전에 비해 1.2%(323조원→319조원) 줄었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다. 현대차는 매출이 소폭 증가(2.2%)해 평균을 갉아먹진 않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에 따른 충격은 영업이익 분야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4조600억원과 1조6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4%와 18%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두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7조3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32.9% 늘었다. 은행권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반등한 데다, SK하이닉스·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하면 전체 상장기업 영업이익 합계가 19조5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줄게 된다. 두 회사의 실적 부진이 전체 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된 것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그간 다른 기업이 어려워도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장사를 잘하면 국내 기업 전체가 잘한 듯한 착시효과가 있었는데, 두 회사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베일이 걷히자 국내 산업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3분기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3.7% 급감하면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 외에도 경기 침체, 환율 하락, 국제유가 하락 등이 전체 기업의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의 경우 3분기 원-달러 환율은 1020원대를 맴돌면서 1100원을 넘었던 작년 3분기와 비교해 80원 정도 내려갔다.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로 환산한 수출품 가격이 내려가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