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쓸쓸하고 씁쓸한, 그래서 공감되는 삶

"그렇게 사람들 괴롭히고 다니니까 재밌어?"

극심한 우울증으로 입원했던 산드라(마리옹 코티아르)가 공장에 복직하려 하자 한 동료는 이렇게 쏘아붙인다. 회사는 '연말 보너스 1000유로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그 돈으로 산드라를 복직시킬 것인지'를 묻기 위해 조합원 16명을 상대로 투표를 하기로 한다. 과반수가 보너스를 포기해야 복직할 수 있는 상황. 산드라는 하룻밤과 두 번의 낮(원제 Two Days, One Night) 동안 동료들의 집을 찾아가 불가능해 보이는 호소를 이어간다.

새해 1월 1일 개봉하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벨기에 출신 리얼리스트 다르덴 형제의 새 영화다. 지금껏 이 상을 두 번 받은 사람은 다르덴 형제까지 딱 7명. 올해 칸에선 세 번째 수상 문턱에서 돌아섰지만, 영화광들에게는 이 영화는 '자전거를 탄 소년'(2011년 칸 심사위원상) 이후 3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가치 있는 재회다.

경제 위기의 포연(砲煙) 속에 던져진 벨기에 지방 도시. 보너스냐 동료냐의 선택 앞에서 서로의 인격은 바닥을 드러낸다. "이제 그만 하자"며 집에 돌아온 산드라는 진정제 한 통을 다 삼키고 병원에 실려간다. 여전히 그녀를 돕는 친구들이 있지만, 이야기는 뜻밖의 부조리한 반전을 향해 내닫는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줄곧 사회적 '연대(solidarity)'의 의미에 주목해 왔다. 자기 먹고살기도 힘든 시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관성 있는 자세는 보기 드문 덕목이다. 이 때문에 이 형제들은 비토리아 데 시카 같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들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들의 영화에 마리옹 코티아르 같은 톱스타가 출연한 것도 처음.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대기 '라비엥로즈'로 영·미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세자르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그 배우다. 코티아르는 절제된 연기로 자칫 감정 과잉이 되기 쉬운 이야기를 서늘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로제타' '아들' '더 차일드' 같은 전작에서 다르덴 형제는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 흘러가는 카메라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정착시켰다. 배우 코티아르를 주(主)피사체로 삼아 이 '흐르는 카메라'는 더욱 간명해졌다. 이전 작품들의 카메라가 어깨 위에서 흔들리는 듯이 어지러웠다면, 이번 영화에선 '한층 유려해졌다'고 말해도 좋다.

이 영화를 보며 누군가는 삶의 익숙한 비루함에 몸서리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다르덴 형제는 '영화는 삶의 진실을 담아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같은 질문을 좇아온 이들에게 이 영화는 하나의 대답이며 축복이 될 것이다. 상영시간 95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