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원자재 투자 明暗 … 에너지는 울고 농산물 안도의 한숨

2014년 원자재 투자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해가 크다. 그나마 금과 농산물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나았지만, 원유와 에너지 투자자들은 최악의 수익률을 거뒀다.

국제유가가 최근 셰일오일 생산 확대와 산유국들의 감산 실패가 맞물려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원유·에너지 펀드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파생결합증권) 등의 손실은 아직도 커지고 있다. 반면 농산물과 금 등 다른 원자재·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나았다. 농산물은 수요 감소 전망에 가격이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주요 곡창지대에서의 기상이변으로 수확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름세다. 달러화 강세로 하락했던 금값은 최근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국가가 잇따라 나오면서 다시 연초 가격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 10종 1년 수익률, 밀만 플러스 수익

29일 국제 원자재·상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상품 10종(3대 원유·천연가스·금속류·농산물 등)의 1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에너지와 금속, 농산물 가운데 가장 나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농산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가격은 연초 대비 2.28% 올라 전체 조사 대상 원자재·상품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옥수수도 1.38% 하락해 다른 원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다.

농산물은 지난 4월부터 엘니뇨(적도 근처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하는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약세를 보였지만, 10월 이후 북미와 브라질 등 주요 곡창지대의 기상이변으로 공급량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최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인 원자재 시장에서 농산물에 이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던 상품은 금속류 원자재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은 지난 10월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종료 당시 작년 말 대비 10% 넘게 떨어졌지만, 최근 회복세를 보이며 1년 수익률 -2.42%를 기록했다. 귀금속인 금과 달리, 산업재로 쓰이는 금속류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하락 폭이 컸다. 은은 1년간 19.83% 떨어졌고, 구리도 14.5% 하락했다.

◇원유 1년 새 반 토막… 내년 전망도 우울

에너지 자원인 원유와 천연가스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올 초 배럴당 95.44달러에서 지난 26일 54.73달러를 기록, 1년 만에 42.66%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북해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47.75%, 44.84% 하락했다. 원유의 대체재인 천연가스도 같은 기간 유가 급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가격이 30.41% 내렸다.

유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관련 금융 상품들의 손실도 컸다. 미래에셋타이거원유선물 특별자산 상장지수펀드는 1년 수익률이 -38.3%를 기록했고, 삼성WTI원유 특별자산펀드도 1년간 35.84%의 손실을 봤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역시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금융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276개 가운데 상당수의 종목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지지부진했던 金값도 내년 하락 전망

원자재 시장은 내년에도 전체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눈에 띄게 살아나기 힘들어 내년 역시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농산물의 경우 곡창지역에서의 기상이변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잦아 가격이 오를 수도 있지만, 금을 비롯한 산업재 원자재는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금의 경우 최근 미국의 경기 개선과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가 오르면서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금은 보통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