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배당 결정한 상장社, 작년의 4배로 늘어

정부가 새해부터 기업들이 신규투자·배당·임금인상 등에 쓰지 않고 남긴 이익에 대해 세금(기업소득 환류세)을 매기기로 예고한 가운데, 기업들이 배당에 대해 전례 없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현금배당을 공시한 기업은 전체 60개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개가 늘어났다. 현금배당을 결정한 60개사의 배당금 총액은 2067억1000만원으로 작년(15개 기업, 242억5000만원)에 비해 1824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결과는 주주(株主)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이 기업들의 선택이 아니라 주주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형 기업들이 '배당 열풍'을 주도하는 것에 기인한 효과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株)당 배당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엔씨소프트로 작년 한 주당 배당금이 600원이었지만 올해 343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뒤를 이어 인터지스는 60원이었던 배당금을 150원으로 늘렸고, 아이마켓 코리아는 작년에 1주당 250원을 줬지만 올해 두 배인 500원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배당 열풍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이 쌓아놓은 유보금을 풀기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배당정책이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정근 신영증권 상품전략본부 이사는 "상황을 보면 기업이나 주주들이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관점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면서 "주주들도 적극적으로 배당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기업들도 신성장동력이 나오기 전까지 배당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당을 꾸준히 하고 있는 기업의 성적표도 좋았다.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매년 배당을 실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16개사는 2013년에 주가가 평균 17.5%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16.8%포인트 높았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5년간 매년 배당을 실시한 224개사의 주가는 2013년에 평균 17.8% 올라 코스닥지수보다 17.1% 더 상승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배당 우수 상장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배당 관련 정보 확대 등 상장기업의 배당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