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내 아이] [9] "자식들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부모들 배워야"

2011년 말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권모(당시 13세)군의 자살 사건을 시작으로 대구에서는 학교 폭력과 학생 자살이 잇따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사태를 수습하던 우동기(62·사진) 대구교육감은 당시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 좀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받았다.

그는 실태 파악을 위해 매일 아침 학교로 나가 아이들을 만났고, 각 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 교육감은 "아이들에게 부모는 '악마'처럼 인식돼 있었고, 부모는 아이들을 일거수일투족 조종하는 리모컨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그 길로 우 교육감은 '학부모 교육'이라는 정책을 빼들었다.

유아 교육, 심리, 교육학 전문가들을 뽑아 1년에 걸쳐 '학부모 교육 매뉴얼'을 만들었다. 나이별로 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였다. 이어 다양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격적인 교육에 나섰다. 직장 때문에 나오기 어려운 학부모들을 위해선 직접 강사를 회사로 보내 교육해 주고, 주말에는 불교·천주교·기독교 등 종교 단체의 지원을 받아 종교 시설을 찾는 학부모들을 교육했다. 무뚝뚝한 아빠들을 위한 1박 2일 코스 '아빠 캠프'도 열었다. 초기에는 동원(?)해야만 모이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대기 번호를 받아야 교육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열기가 뜨거워졌다. 벤치마킹을 위한 타 교육기관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실제 대구교육청 관할 지역의 학교 폭력과 학생 자살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