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현대車 중국 생산량, 한국공장과 맞먹어

현대차그룹이 2년 가까이 끌어온 현대차 중국 4·5공장 건설을 확정하며 '중국 내수시장 본격 공략'과 '글로벌 900만대 생산'이라는 양대(兩大) 목표 달성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두 곳의 신공장 건설로 중국 신차 수요에 맞춘 적기(適期) 공급이 가능해졌고 2016년 2000만대 판매량 돌파가 예상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맞설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중국 정부와 '줄다리기'끝에…

중국 4·5공장 순차(順次) 착공은 현대차와 중국 정부의 절충안이다. 현대차는 이미 작년 초부터 내륙 진출 거점 확보 차원에서 충칭에 신(新)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올 3월에는 정몽구 회장이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당서기를 현지에서 만나 공장 설립을 위한 '전략 합작 기본협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수도권 개발을 위해 베이징 부근인 허베이성에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허베이에 공장을 지어야 충칭 공장도 허용해 주는 상황이 되자 현대차는 고심 끝에 두 곳에 모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공장 신설이 계속 늦어지면 공급 시기를 놓쳐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점유율 1위 폴크스바겐은 2017년까지 중국 생산량을 현재 349만대에서 439만대로, 2위 GM은 같은 기간 200만대에서 290만대로 각각 90만대 정도 늘리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 맞서 '규모의 경제'

중국 내 4·5공장 건설 효과로 현대차는 121만대인 중국 생산 능력을 2018년 181만대로 50% 늘리게 됐다. 이는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기아차를 포함해 현대차그룹 전체로는 국내·외 891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중국·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도요타·폴크스바겐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 능력은 현재 786만대에서 2018년에는 891만대로 105만대 정도 증가한다. 모두 해외 공장 신·증설 덕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사상 처음 8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만큼 2018년은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중국 정부가 최근 현지 공장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공장 2개를 잇따라 짓게 된 것은 중국 내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 신차 수요가 줄면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린 것이 거꾸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현대차의 '중국 4·5공장 건설 확정' 발표는 국내 증시에서 장(場) 마감 임박해 알려져 이날 주가(株價)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