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즐기는 애주가라면 주의해야 할 ‘만성 췌장염’

과도하고 지속적인 음주로 인해 생기는 건강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특정 장기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는 질환들은 특히 치명적이다. 그 중 하나인 만성 췌장염은 췌장 조직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염증성 질환이다. 췌장의 석회화나 섬유화, 췌관의 협착이나 확장 등의 변화를 보이며, 기능적으로는 내-외분비 기능 부전을 초래하기도 한다.

◆ 만성 췌장염의 60%는 술이 원인

만성 췌장염의 30~40% 정도는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이런 경우를 원발성 만성 췌장염이라 한다. 15~30세의 젊은 사람과 50~70세의 노인군에서 나타나는데, 젊은 사람은 복통이 심하고 노인군에서는 복통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만성 췌장염의 나머지 60%는 술이 원인이다. 만성 췌장염 환자의 60~70%가 증상을 보이기 전에, 6~12년간의 긴 세월 동안 하루 150~175g 이상의 술을 마신 과거력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일반적으로 섭취한 술의 총량보다는 매일 평균적으로 얼마나 마시는가가 췌장염의 발생에 더 중요하다고 한다.

술이 만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이유는 알코올의 독성 대사 물질이 췌장에 손상을 주거나, 급성 췌장염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면서 췌장 조직의 괴사가 일어난 부위에서 섬유화가 생기거나, 췌액이 끈끈하게 된 단백질 덩어리가 췌관을 막아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는 경우이지만 부모에게 유전되어 생기는 유전성 췌장염도 있고, 인도와 같은 곳에서는 열대 과일의 섭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열대성 췌장염이라는 것도 있다.

◆ 복통, 설사, 체중 감소 등 나타나

만성 췌장염의 증상은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복통, 체중 감소, 설사 등이 주로 나타난다. 복통은 명치 부위 또는 왼쪽 윗부분의 복부에 주로 나타나며, 등 뒤로의 통증 전이를 느낄 수 있다. 통증은 누우면 더 심해지고, 앉아서 몸을 앞으로 굽히고 무릎을 배 쪽으로 당기면 덜해지는 특징이 있다.

만성 췌장염이 더 진행되면 복통이 감소하지만, 환자의 30~50%에서는 복통이 지속된다. 췌장액에 포함되어 있는 소화 효소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하여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만성 췌장염이 심한 경우에는 이러한 소화 효소가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설사가 나타나고 체중이 줄기도 한다.

이 밖에도 췌장의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췌장 내부로 지나가는 담도를 막아 황달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가성 낭종이 나타나거나, 췌장의 내분비 기능까지도 손상을 받아 당뇨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

◆ 금주 생활화, 가족력 있는 경우엔 특히 주의

만성 췌장염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통증을 줄여 주는 것이다. 내과적 치료로 진통제를 사용하는 방법과 소화 효소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약물에 중독(의존성)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화 효소제의 경우는 통증에 대한 효과에 한계가 있고,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외과적 치료는 췌장 절제술이나 배액술 등이 있지만 만성 췌장염 환자들은 대부분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고 다른 장기에도 병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최대한 내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수술적 치료는 마지막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내시경 치료 역시 수술적인 배액술과 마찬가지로, 췌관이 막히거나 낭종 때문에 증가된 압력을 낮추는 데 그 목표가 있다. 담도에 병이 생겼을 때 우선 내시경적 췌유두 괄약근 절개술을 시도한 후, 췌관 협착이 있는 경우 풍선으로 좁아진 곳을 넓혀 주거나 관을 삽입할 수 있다. 또한 췌관에 돌이 있는 경우에는 담관 결석의 내시경 치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제거 수술을 시행한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 음주라는 점을 생각할 때, 과도한 음주를 삼가는 것은 만성 췌장염의 예방을 위하여 제일 중요한 점이다. 그러나 만성 췌장염 환자 중 일부는 유전적인 원인 때문에 발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술과 관련 없이 젊은 나이에 만성 췌장염이 나타났거나, 가족 중에 만성 췌장염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하여 병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