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意 가득한 세상, 아직은 살 만합니다

"많은 분이 지금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끼잖아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은 요즘 드문 '착한 영화'다. 동심(童心)을 펜 삼아 순수하지만 엉뚱한 사람들을 삽화로 그려 넣은 동화책 같다. 하지만 영화 속 사람과 세계는 너무 착하고 순진하기만 한 것 아닐까. 원작 소설의 작가 바버라 오코너에게 이메일로 물었더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집에서 답장을 보내 왔다. "내 소설 속 인물은 다들 순진한 면이 있어요.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행복을 찾아가려는 의지만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선의(善意)로 가득한 곳일 거예요." 메일에 첨부된 사진을 보니 털이 황금빛인 다섯 살 골든 레트리버 '루비'를 꼭 안은 사진 속 오코너가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경제 위기로 몰락하는 중산층 가정과 사회상을 적절히 짚는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역경을 딛고 행복해지는 동화적 줄거리에 좀 더 집중한다. 피자집을 부도 낸 아빠가 사라졌다. 엄마(강혜정), 남동생과 함께 작은 승합차 안에 살게 된 열한 살 소녀 지소(이레). 분당 옆 평당 500만원짜리 집을 얻기 위해, 레스토랑 사장 할머니(김혜자)의 애완견 월리를 훔쳐 보상금을 받겠다는 깜찍한 계획을 세운다. 남은 건 시끌벅적 한바탕 소동.

오코너가 2007년에 쓴 원작 소설은 이듬해 미국에서 각종 독서 단체, 도서관 협회, 학부모 단체들이 주는 상을 14가지 받았다. 한국에 번역 출판된 책도 15만부 이상 팔렸다. 미국 소설이 처음으로 한국서 영화화된 데 대해 오코너는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땐 기쁘기도 의아하기도 했지만, 프로듀서와 감독이 내 책을 무척 사랑하고 열정이 대단한 걸 곧 알 수 있었다.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했다. "사실 전엔 한국 영화에 대해 잘 몰랐어요. 지금은 'FT아일랜드'의 노래 등 K팝, 어린이들이 나오는 한국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겨 봅니다."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는 영화에 피자 가게 배달원으로 출연한다.

적절한 한국적 변형을 거쳤지만, 소설처럼 영화에서도 수수께끼 같은 노숙자(최민수)가 극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변의 가난하고 평범한 이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오코너 소설의 미덕이 잘 드러난 설정이다. 오코너는 "원작의 같은 캐릭터도 아이들과 유머러스하게 교감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인물"이라며 "결말은 영화 쪽이 훨씬 안정되고 희망적"이라며 만족했다. "모험과 유머가 잘 조화된 이야기입니다. 어린아이를 둔 한국의 가족들에게 따뜻한 겨울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