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퇴직年金 상품 봇물… 잘 골라야 노후 안전

올해 월급쟁이들이 재테크 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은 '퇴직연금'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쳐서 세액공제 금액이 내년 연말정산 때부터는 700만원(현재는 400만원)으로 늘기 때문이다. 12%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48만원에서 84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이 혜택을 온전히 다 누리려면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IRP)를 만들어 700만원을 꽉 채워 불입해야 한다.

올해로 제도 도입 10년째를 맞은 퇴직연금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총 적립액이 1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세제 혜택 확대로 올해는 퇴직연금 가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관련 신(新)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주식·채권 투자 비중 자동 조절하는 라이프 사이클 상품 출시

올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퇴직연금 가입 고객의 연령과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채권의 투자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라이프 사이클 상품이 새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라이프 사이클 상품은 선진국에선 퇴직연금 기본 상품으로 통한다. 20~30대엔 주식투자 비중을 70~80%로 늘려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40대가 되면 주식 비중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중을 늘리고, 은퇴 시점에 접어드는 50~60대에는 채권에 70~80%의 자산을 굴리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연 목표 수익률은 5~6%를 기본으로 한다.

미국에선 개인책임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80%, 스웨덴은 80%, 멕시코는 99%가 이런 라이프 사이클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개인책임형 퇴직연금(DC형)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투자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수령액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엔 이런 상품이 없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은행 예금 형태나 주식·채권형 펀드, 저축형 보험 형태 중에서 택일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 중 51%는 은행 예금에 들어가 있다. 연 2%대 저금리에 수수료(연평균 0.7%)까지 빼면 수익률이 정기예금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 당국은 퇴직연금 상품의 주식 등 위험 자산 편입 비율을 올해부터 40%에서 70%까지 올렸다.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금융회사들은 우리나라에서 선진국형 라이프 사이클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전용 상품인 '라이프 사이클' 랩과 펀드 상품을 이르면 3월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고재현 실장은 "고객이 은퇴 시점·자기 연령·성향에 맞춰 최초 위험 자산 투자 비중을 정하고, 5년마다 투자 비중이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KDI 연구위원은 "올해 7월부터는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고객의 자산을 자사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입시킬 수 없게 돼 금융회사 간 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투자 상품을 직접 선택하고 관리하는 현상이 새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수령 방식도 고객 입맛대로

퇴직연금 상품의 다양화와 더불어 은행·증권 등 금융사들의 퇴직연금의 지급 방식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는 퇴직연금을 55세부터 수령할 수 있는 IRP 계좌에서 매달 일정 연금액을 수령하는 '정액' 방식이 많은데, 올해부터는 물가상승률, 지출 변화, 상품 수익률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물가연동식의 경우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을 더 받는 것을 말한다. 올해 연금을 1000만원 받았는데 물가상승률이 3%라면 내년에는 1030만원을, 내후년에는 1061만원을 받는 식이다. 체감형은 연령대별 소득·지출 변화에 따라 연금액을 달리 설계하는 것이다. 50대는 경제·소비활동이 활발하지만, 70~80대는 소비활동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 70세까지는 연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70세 이후부터는 적게 받도록 미리 설정하는 것이다. 수익연동형(좌수분할식)은 펀드의 수익률에 따라 바뀌는 펀드 평가금액에 연동해 연금액이 바뀌는 방식으로, 수익률이 좋을 때는 연금을 더 많이 받고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는 덜 받는 것을 말한다.

올해부터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일대일 상담 활동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금융회사들이 기업의 퇴직연금 담당자하고만 소통하고 있어, 실제 퇴직연금 가입 고객은 자신이 어떤 종류의 상품에 가입해 있는지, 수익률은 얼마나 되고, 연금 수령액은 얼마로 예상되는지 등 각종 정보에 어두운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기업을 찾아가 임직원을 상대로 상담하는 '찾아가는 퇴직연금 서비스'를 확대하고 분기별로 고객과 전화상담에 나선다. KB국민은행 등은 퇴직연금 고객의 SMS로 수익률을 수시로 알려주고 스마트폰 퇴직연금 교육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