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제2의 벤처 붐… 게임·바이오·의료에 투자금 몰려

'제2의 벤처 붐'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까지 7만6808개의 법인이 설립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창업 열풍과 함께 벤처·중소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의 투자금도 전년 대비 15% 가까이 증가했다.

벤처 붐 상황에서 벤처에 자금을 대는 벤처 캐피털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작년 1~11월 투자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한 상위 10개 벤처캐피털의 투자 성향을 살펴본 결과, 이들은 ICT (정보통신기술) 제조업보다는 소프트웨어와 바이오·의료 산업군에 주력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10개사의 전체 투자금 가운데 약 37%가 이 업종들에 집중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 2년째 1위… 일본계 소프트뱅크벤처스 26계단 상승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국내 벤처캐피털(협회에 등록돼 공시 의무가 있는 법인)의 투자금은 총 1조3953억원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한 규모다.

투자금액을 공시한 112개 벤처캐피털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회사는 한국투자파트너스였다. 투자금이 총 1063억원으로 2위 업체보다 70% 많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3년에 이어 투자금 순위 1위 타이틀을 지켰다. 인터베스트 역시 2년 연속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순위 변동이 컸던 벤처캐피털로는 프리미어파트너스·KTB네트워크,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투자금이 130억원에 그치며 35위에 머물렀던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지난해 586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며 4위로 올라섰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여러 업체에 투자금을 분산시키는 대신 소수의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주력했다. 업체 1개당 평균 투자금이 약 117억원이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KTB네트워크의 투자금 순위도 각각 26, 20계단 올랐다.

◇투자금 상위 벤처캐피털, 소프트웨어·게임 선호

작년 투자금 순위 상위권에 오른 벤처캐피털은 공통적으로 소프트웨어·게임과 의료·바이오 분야 투자금 비중이 높았다. 상위 10개 벤처캐피털이 작년 1~11월 소프트웨어와 게임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한 1052억원이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게임 업체에 293억원을 투자했다. 자동 번역 시스템을 개발한 CSLI에 100억원을 투자해 프랑스 시스트란을 인수하는 데 힘을 실어줬고,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와 로이게임즈에 각각 50억원, 30억원을 투자했다. 박영호 투자심사역은 "작년에는 전통 제조업이 많이 침체해 인터넷·콘텐츠와 바이오 분야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의료·바이오도 상위권 벤처캐피털의 선호도가 높았던 업종 중 하나다. 의료용 물질·의약품 업체에 1031억원이 투자됐다. 의료·바이오 업종은 투자금 규모가 대체로 큰데, 업체 한 개당 투자금이 40억원에 달했다. 소프트웨어·게임 분야 평균 투자금(24억원)보다 약 16억원 많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게임·소프트웨어 업체에 전체 투자금의 34%를 배정했고, KTB네트워크는 의료 업체에 대한 투자금 비중이 약 26%에 달했다.

◇반도체·전자부품은 투자 급감

의료와 소프트웨어 업종이 주목받은 반면 반도체·전자부품에 대한 투자는 현저히 줄었다. 상위 10개사가 작년 11월까지 반도체·전자부품에 투자한 금액은 총 256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3%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전자 업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해당 산업의 업황 부진과 관계 있다고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2013년 각각 40억원, 15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던 컴퓨터·주변 장비, 통신 업종의 경우 단 한 건의 투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운송장비·부품에 대한 투자금액이 98%, 전기 기기 업종에 대한 투자금은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