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조선 低유가 쇼크… 코스피 1900 붕괴

저(低)유가, 미 달러화 강세, 기업 실적 우려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첫 달의 주가가 다른 달에 비해 많이 오르는 '1월 효과'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개장 3일 만에 1900 아래로 떨어진 코스피지수를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럴당 50달러 붕괴… 정유·화학·조선 약세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장이 시작하자마자 코스피지수 1900선이 붕괴됐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낙폭이 커지면서 장중 한때 188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50달러가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원인이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피해를 보는 기업들의 주가가 우수수 떨어졌다.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 S-Oil은 3~6% 내렸다. 화학주인 롯데케미칼은 6.1% , LG화학은 4.9% 하락했다. 매출 중 해양 플랜트 비중이 높아 유가가 하락하면 수주가 감소하는 조선주 중 대우조선해양은 6.9% 하락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4~5% 내렸다.

◇미 달러화 강세·실적 우려… 코스피지수 1900 붕괴

외국인은 이날 30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작년 6월 말부터 시작된 미 달러화 강세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2일(현지 시각) 90달러를 넘었다.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올라갔다.

원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 외국인들은 돈을 가만히 놔두어도 환차손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는 약세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윤식 하나대투증권 전무는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미 달러화 강세까지 겹쳐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에 매력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유가가 금융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일부 신흥국만의 문제로 볼 수 없게 됐다는 시각도 크다. 앞으로의 외국인 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 미 달러화 강세, 기업 실적 부진 등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요인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면서 "22일(현지 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25일 그리스 조기 총선 결과 등 해외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LS 투자자 손실 커질 듯

한편, 원유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도록 만들어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원유 DLS는 총 590개, 발행잔액은 1조2600억원이다. 국제유가가 5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WTI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DLS 중 178개가 녹인(Knock in·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만기 이전에 유가가 녹인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면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