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갔을 뿐인데… 런던이 펼쳐지네

"런던, 비교할 수 없이 멋진 곳! 미국 프랑스 인도 일본 호주 다 가봐도 내가 있을 곳, 나를 위한 도시는 런던뿐!"

길거리 밴드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운 런던의 밤 풍경이 차창 밖으로 스쳐간다. 택시 안에 탄 것은 페루 정글을 떠나 이제 막 영국에 온 아기 곰 패딩턴〈사진〉과 친절한 브라운씨 가족. 브라운 부인은 이 깜찍한 말썽꾼 아기 곰에게 처음 만난 런던의 기차역 이름을 새 이름으로 붙여줬다. 8일 개봉한 영화 '패딩턴'의 도입부다.

겨울방학용 가족영화 '패딩턴'(8일 개봉)과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15일 개봉)이 영국 런던을 고스란히 스크린 속으로 옮겨왔다. 따뜻한 극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런던 여행으로 추천할 만하다.

'패딩턴'은 1958년 출간된 어린이 책이 원작. 40개 국어로 번역돼 3500만부가 팔린 영국인들의 국민 캐릭터다. 특수효과팀 500명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아기 곰은 컴퓨터그래픽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털 한 올 한 올까지 사랑스럽다. 배우 니콜 키드먼은 패딩턴을 박제로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국립자연사박물관 박제사로 출연해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카리스마로 영화를 빛낸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런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패딩턴이 살게 된 브라운씨네 집은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 알록달록한 런던 시내 윈저가든의 실제 주택. 하이드파크 근처 중산층 거주지다. 처음 런던을 구경하는 아기 곰의 시선으로 빅벤, 타워브리지, 템스 강, 런던 아이 등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고, 붉은색 2층 버스와 통통한 검은색 택시 블랙 캡, 빨간 전화 부스 등 명물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는 미국 워싱턴DC의 자연사 박물관(1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2편)을 거쳐 마지막 편에서 세계 최고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중국 고대 설화 속 괴물 뱀부터 거대한 공룡까지 밤마다 되살아나는 전시품의 양과 스케일이 다르다. 박물관 경비원 래리(벤 스틸러)와 프랭클린 루스벨트(로빈 윌리엄스), 미니어처 카우보이(오웬 윌슨) 등 기존 배우들에다 허세 가득한 원탁의 기사 랜슬롯(댄 스티븐스), 마법 석판의 비밀을 쥔 파라오 선왕(벤 킹슬리) 등 개성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은 박물관 안을 종횡무진 누비다 한밤중 런던 시내로 쏟아져 나와 세인트폴 성당과 내셔널 갤러리 앞을 질주하며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이번엔 트라팔가 광장의 검은 돌사자들까지 되살아나 이 소동극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