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글로벌 GDP 年4% 성장… 지구경제 투자땐 4% 안정적 수익 가능"

'예금바보! 현명한 투자자라면 은행 예금을 당장 버려라.'

나카노 하루히로(中野晴啓) 세존투신 사장과의 만남은 이런 자극적인 책 제목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여름 일본 아마존에서 우연히 그가 쓴 책을 접하게 됐고, 여러 번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지난해 연말 도쿄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메이지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1987년부터 자산운용업계에 몸담아 온 투자통이다. 지난 2007년 세존투신을 설립한 이후 펀드 직접판매(직판)로만 1000억엔의 자산을 모았다. 은행과 증권사 판매망을 거치지 않고 7만5000명의 개인 투자자를 모은 것은 일본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그는 일본 투신업계의 반항아로도 불린다.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 자리 잡고 있는 세존투신의 사무실은 작지만 쑥쑥 성장하는 회사답게 활기로 가득 찼다. 그는 향후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가 재미있었다. 나카노 사장은 "성숙경제(mature economy)의 초입에 들어선 한국의 10년 후 모습을 지금 당장에라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구조 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다면 (우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에선 앞으로 한강의 기적과 같은 고속 성장은 이어질 수 없다"면서 "성장 엔진이 멈춰 서는 한국은 과거 일본의 실패에서 배워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금바보'에 대해 설명해달라.

"일본의 장기 불황은 바로 예금바보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예금=선(善)'이란 DNA를 가진 일본인들은 원금이 줄어드는 투자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돈이 안전빵 우산에만 머물다 보니 시중에 돈이 돌지 않게 됐다. 일본 가계의 금융 자산은 현재 1645조엔에 달하지만 예금·현금에 고여 있는 돈이 874조엔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막대한 금융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경제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돈은 자고로 꿈과 미래가 있는 투자 쪽으로 나아가 일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선 국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과실을 투자자들이 챙기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지 못했다. 잉여자금은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재정 적자를 메우는 용도로 전락했다."

―디플레 땐 현금이 최고 아닌가.

"일본은 지난 20년간 디플레(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로 고통받아 왔다. 경제가 축소되면서 세수도 줄어들었다. 디플레 시기에 일반인들이 예금을 한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 선택이긴 했다. 가만히 있어도 물가가 점점 하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금 가치는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레는 사람들이 돈을 더 쓰지 않게 만들면서 결국 나라 경제를 서서히 옥죄어 간다. 디플레는 절대로 발생하게 해선 안 된다."

―현재 일본 경제는 어떠한가.

"지금까지 일본 경제의 문제점은 지독한 디플레에 있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디플레에서 탈출하게 되면 일본 경제는 좋아질 것이다. 아베 정권은 올해 중반쯤 디플레 탈출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1% 이상이 되면 0%대 예금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가계 금융 자산은 투자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투자 활성화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3%의 명목성장률 달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올해 일본에선 인플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일본 투자 전망이 밝다는 얘긴가.

"특정 국가에 올인하는 펀드는 투자(investment)가 아니라 투기(speculation)라고 생각한다. 개별 국가 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일본이나 한국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간신히 디플레 출구에 서긴 했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위기(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히려 오르는 스태크플레이션을 의미)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4%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 경제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4%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화끈한 고수익은 받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크게 손해 볼 확률도 낮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세존투신이 판매하는 펀드는 딱 두 종류다. 펀드매니저가 될 성 부른 기업을 골라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자산 형성 달인 펀드'와 인덱스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뱅거드 글로벌밸런스펀드'가 그것이다. 두 펀드 모두 지구 경제에 투자한다. 지구 전체를 금융 자산 규모로 평가하고 이 비율에 맞게 분산 투자한다. 세계 30개국 이상의 주식과 10개국 이상의 채권에 분산 투자한다. 현재는 자산의 절반 정도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신흥국 비중은 10% 정도다. 달인 펀드의 경우 최근 3년 수익률이 152%에 달하며, 뱅거드 펀드도 88%를 웃돈다."

―장기 투자의 이점은?

"미국 등 선진국 주식시장은 장기 투자가 보답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리스크 머니의 힘으로 경제가 성장하며, 덕분에 늘 새로운 산업이 생겨난다. 그 결과로 투자자들도 달콤한 과실을 손에 쥔다. 리먼 쇼크처럼 큰 폭의 하락 장세가 닥쳐도 단기 매매 이익을 노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해서 꾸준한 수익을 올려 왔다. 일본에선 매달 수익금을 배분하는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인데, 이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상품이다. 한국이 이를 모방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은 펀드 후유증이 심각하다

"제대로 된 투자를 했다면 아픔을 겪을 이유가 없다. 금융시장의 자산 가격은 순전히 인간의 욕망 때문에 오르고 내릴 뿐이다. 가치 있는 자산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두렵거나 무섭다는 이유로 포기할 필요가 없다. 설사 아픔이 있다고 해도 극복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존투신 가입자들은 가격이 떨어지면 '바겐세일'이라며 오히려 펀드를 더 산다. 성장하는 자산에 투자한다면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