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노동자가 社外이사로 경영 참여할 수 있게해야"

9일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 특위 전체 회의를 개최한다. 지난달 23일 노동시장의 구조와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로 노사정(勞使政)이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 후, 각자의 안(案)을 갖고 처음 모이는 자리다. 오는 3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데, 이 노사정 대화에 노동계 대표로는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의 삼각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한 축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내부에서조차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의견이 더 많지만, 투쟁을 통해서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기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복지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양극화는 심각해지고 사각지대는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노동운동도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정규직이 이렇게 늘어난 데는 노동계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정부 노동 정책에 노동계도 아이디어를 내는 게 맞지요."

김 위원장은 "노동 현안에 대해 노동계가 피해선 안 된다"며 "당당하게 우리 주장을 하고 우리 생각을 정확하게 알리는 게 대의(大義)"라고 말했다.

대화에 참여할 정도로 태도는 유연하지만, 김 위원장의 시각은 정부나 경영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국노총이 9일 노사정위에 내놓을 노동계 요구안에는 ▲'노동자 경영참가법'을 제정해 노동계 대표가 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월 110만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15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노동계도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사 간 오해가 줄고 신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노동계도 참여하는 만큼 책임도 져야겠지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김 위원장은 "경영계는 항상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면 소비가 늘고 내수도 살아 오히려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방법으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년간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 수준인데 대기업의 수익은 계속 늘어 왔습니다. 대기업들이 사내하도급·하도급업체들을 통해 인건비를 착취한 것이지요."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노사정 합의를 통해 대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에 쓰도록 해야 한다"며 "그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내수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영계가 요구하는 '고용 유연화(기업이 근로자를 좀 더 쉽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노동시장은 이미 너무 유연화돼 있다"고 반박하면서, 우리나라의 고용보호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3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규직이 과보호 받고 있다고요? 최근에만도 KT 노동자 8700명과 금융기관 노동자 5만명이 회사를 나가야 했습니다. 경영계는 지금도 정규직 근로자들을 입맛대로 자르고 있어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에 도움이 되는 당근도 있지만, 기간제 계약 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비정규직으로 끝내라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되기 힘든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노사 양측을 적극적으로 만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일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오늘은 김동만 위원장이 참석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치켜세웠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해병대 정신으로 하신다면서요" 하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노총이 주장하는 방안은 경영계나 정부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강경한 내용도 많다. 결국 노사정 테이블에서 각자 요구를 내놓고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김동만(56)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남 마산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체대를 중퇴했다. 1978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에 입사해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1월 3년 임기의 한국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해병대 출신으로, 노동계에서 비교적 합리적이면서도 할 말은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에 반발해 총파업을 주도했다가 구속된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