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이슈' 태풍… 현대車·롯데 관련株 출렁

13일 현대글로비스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6875억원이 날아갔다. 2005년 말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래 9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터라 투자자들의 충격은 컸다.

현대글로비스의 급락은 전날 현대자동차그룹 오너인 정몽구 회장 부자(父子)가 지분을 일부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매도가 불발됐음에도, 지분율이 43%가 넘는 오너 일가의 지분 매도 소식에 주주들은 돌아섰다. 지주사 후보로서 현대글로비스가 지녔던 투자 매력이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 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현대모비스는 11.6% 상승 마감했다.

연초 증시를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달궈놓고 있다. 애초 전문가들은 기업 승계 등의 과정에서 2세들이 주식을 사는 등 경영권을 강화해 주가가 오를 일이 많다고 봤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나오고 있다.

반면 현대 글로비스는 정반대였다. 그룹 내에서 현대 글로비스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되는 삼성 SDS와 SK C&C도 함께 하락했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지배구조 이슈'가 고무공처럼 튀어 다니며 호재도, 악재도 만들어내고 있다.

◇'신동빈 체제' 가시화에 국내 롯데 계열사 강세

지난 6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내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롯데 그룹은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가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한국 계열사와 일본 계열사로 크게 둘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 내 계열사들은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 계열사는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각각 이끌어왔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신동주 부회장이 물러나자, 한국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 쪽에 전체 롯데그룹의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신 부회장의 해임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의 작년 매출이 한국 롯데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사실까지 새삼 밝혀지면서 호재가 됐다. 롯데칠성은 6일 이후 닷새 동안 10.3% 상승했다. 롯데푸드·롯데제과도 이 기간 각각 3.8% 올랐다.

◇과도하게 오른 삼성SDS·제일모직, 최근 하락세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과열로 이어져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경우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삼성그룹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큰 회사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새로 증시에 등장한 두 회사의 경우 오너 3세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서현 3남매가 보유한 두 계열사 지분은 각각 19.05%, 38.74%에 달했다. 공모주 청약에 뭉칫돈이 쏟아졌고, 두 회사의 주가는 상장 후 7일간 공모가 대비 125%, 198%씩 올랐다.

그러나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가 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SDS는 13일 26만4000원까지 떨어지며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 급락 가능성도 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그룹 총수 일가가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의 경우 오너가 해당 계열사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 수준이 기업 자체에 내재된 수익 가치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는 위험 요소도 많이 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