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코스피 35년, 시총 78배로… 왜 指數(지수)는 7800 아닌 1900線일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주식시장 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다우지수(가칭 KTOP 30)'를 올해 안에 내놓기로 했다. 미국의 다우지수(DJIA)처럼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주식 중 초우량 종목 약 30개로 구성되는 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지수는 143개에 달한다. 대표 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있고, 상위 200개 종목만 따로 모아 놓은 코스피200 지수도 있다. 그런데 금융위는 왜 한국판 다우지수를 따로 만들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한 숫자인 것처럼 보이는 주가지수 속에 주식시장을 흔드는 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 무거운 코스피

다우지수는 2013년 52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2014년에도 38차례나 신기록을 고쳐 썼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좁은 박스권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증시 자체의 활력에서 큰 차이가 난 것이 사실이지만, 지수의 특성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생각이다. 다우지수는 각 업종을 대표하는 초우량 3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움직임이 가볍다. 반면 코스피는 762개 보통주 전체의 주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너무 무겁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김성준 사무관은 "주가지수를 산출할 때 거래량 등에 상관없이 모든 종목이 포함되다 보니 지수가 너무 무거울 뿐 아니라 한국 경제나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기준시점)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놓고 이후의 주가 변화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즉 '오늘의 시가총액/기준시점 시가총액×100'이 오늘의 코스피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기준시점인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은 15조4000억원으로,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약 1200조원)의 1.28%밖에 되지 않았다. 35년간 시가총액이 78배 증가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지수는 20배밖에 오르지 못했다. 왜 그럴까. 현재 코스피가 7800으로 표시되지 않는 이유는 증자·신규상장 등으로 주식 수가 늘어난 부분을 보정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지수는 '주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시가총액의 상승이 주가의 상승 때문인지, 아니면 주식 수의 증가 때문인지 불명확해지는 왜곡 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신규상장 등으로 분자(오늘의 시가총액)가 늘어나면 그만큼 분모(기준시점의 시가총액)도 똑같이 늘려주는 작업을 거쳐 지수를 산출한다.

◇한국 상위 30개 종목 주가, 20년간 22배 상승

코스피와 다우지수의 차이점이 하나 더 있다. 코스피는 주가를 시총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 하는 반면, 다우지수는 30개 종목의 주가를 모두 합산한 뒤 30으로 나눠 계산한다. 시총 비중을 고려하지 않은 주가의 단순 평균이다. 그래서 다우지수의 정식 명칭도 '다우존스 산업평균'이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도 다우지수처럼 계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본지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최근 20년간 시총 상위 30개 기업의 주가 평균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들 종목의 평균 주가는 2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6만186원에 불과했던 상위 30개사의 주가 평균이 2014년 말 현재 129만9705원으로 급증했다. 2010년과 비교해도 41만원이던 평균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수년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시장을 흔드는 주가지수의 힘

지수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수가 상승할수록 통상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시장 참여자와 거래량, 거래대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수는 심리뿐 아니라 돈도 움직인다. 주식형 펀드 중에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있는데, 이 펀드는 지수 편입 비중에 따라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매한다. 가령 A라는 지수 속에서 B라는 종목이 10% 비중을 차지한다면 A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는 B종목을 전체 자금 중 10%만큼 사게 된다. 이렇게 지수를 따라다니는 자금의 규모가 엄청나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대표 지수로 MSCI지수와 FTSE지수가 있는데,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투자 자금은 각각 8조달러,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수는 기업의 주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우지수는 편입 종목을 결정할 때 주가와 주식수를 고려 대상으로 삼는데, 미국의 기업들은 다우지수 편입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가령 애플은 다우지수 편입을 위해 작년 6월 644달러였던 주가를 7분의 1로 액면분할했다. 한국판 다우지수도 이렇게 운영될 경우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주가 100만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가 7개 종목 있다. 이들 기업이 한국판 다우지수에 편입하기 위해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한국판 다우지수(KTOP 30)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6일 '주식시장 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개발하겠다고 밝힌 신(新)지수.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 시가총액·매출액·가격·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초우량 종목을 30개 선정해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세부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도입 시기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다우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를 본보기로 해 한국판 다우지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