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 "모뉴엘 사태 계기, 여신심사人力 5배로(2017년 5000명) 늘릴 것"

"30년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당시 이재국) 사무관으로 일할 당시 '어떻게 담보 위주의 대출에서 탈피해 신용 대출을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 나에게 내려진 숙제였는데, 은행들은 아직까지도 담보 위주의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편하게 벌 수 있는 돈'에 만족해서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뉴엘 사태는 한국 금융회사의 총체적인 경쟁력이 약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신 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개탄스럽게 생각하며, 이 사고를 계기로 여신 심사 인력을 지금의 5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1년 6개월 전 금융 관료에서 4대 금융지주의 경영자로 변신한 후 금융 현장에서 뛰어온 임종룡(55) NH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의 취약한 경쟁력에 대해 뼈아픈 지적과 자성을 쏟아냈다. 지난해 개인 정보 유출, 모뉴엘 사기 대출 등 큰 금융 사고가 잇따른 와중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은행·증권의 시너지(동반상승효과)를 위한 복합점포를 개설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온 임 회장은 새해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임 회장은 "농협에 온 후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가장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시는 보안 문제에 농협이 연루돼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로 약 7600억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정보기술(IT)과 관련한 체계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보 보안과 관련한 실태 조사를 했더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금융 종사자들의 보안 의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직원들의 보안 의식 강화를 위해 IT정보본부에 보안점검팀을 신설, 직원 7명이 지점 등 금융 현장을 상시 방문해 실태를 조사하고 보안 관련 교육을 연중 진행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 실적을 가짜로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이른바 '모뉴엘 사태'에 대해 "부실한 여신을 시스템적으로 걸러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모뉴엘에 부당하게 나간 대출은 금융권 전체에 6768억원에 달하며 이 중 농협은행의 모뉴엘 부실 대출 규모는 700억원이다. 임 회장은 "여신 심사는 고객의 돈을 수익성 있게 지켜주기 위한, 은행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능력이다. 앞으로 여신 심사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농협에서 지점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이를 위해 현재 1000명 수준인 여신 심사 인력을 2017년까지 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임 회장은 "관직에서 금융업 종사자로 '자리'를 바꿔 일한 약 1년 6개월 동안 당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그동안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해 창의와 혁신을 게을리했고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금융회사들과 실력을 겨룰 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저금리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농협금융의 핵심 전략을 '자산운용'으로 수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좀 더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한화생명 출신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했으며, 앞으로 외국인을 포함해 총 65명의 자산운용 전문 인력을 새로 채용해 지주 차원의 자산운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협은 전문 자산운용 인력을 활용한 해외·대체 투자 확대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추가로 3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회장은 "삼성전자처럼 해외에 있는 고급 인력을 과감하게 스카우트하려는 노력이 금융업에서는 부족했다. 금융도 스스로를 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고급 인재를 끌어오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