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옆걸음 되풀이 證市… 레버리지펀드 '비명'

주가가 움직인 것의 1.5~2배 정도 수익을 내도록 만들어진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펀드가 대부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주가지수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펀드에 많이 가입했는데 코스피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손실 규모가 불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2010년 이후 출시된 국내 레버리지 펀드 전부 손실

레버리지 펀드는 국내외 주가지수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함께 투자해 주가지수가 오를 때 1.5~2배 정도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2배 레버리지 펀드는 코스피지수가 하루에 1% 상승했을 때 펀드 수익률이 2%가 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레버리지 펀드는 20개이고 설정액은 2조143억원 규모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설정된 펀드는 전부 손실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10년 한 해 동안 20% 넘게 상승한 뒤 2011년부터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최근까지 1800~2100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레버리지 펀드는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두 배가 되듯이 하락장에서도 손실이 두 배로 불어난다.

문제는 '일일 주가지수 변동률'을 기준으로 1.5~2배 수익을 내기 때문에 한번 손실이 발생한 이후에 원금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 1억원을 투자했다면 주가지수가 10% 하락했을 때 펀드는 20% 손실이 나고 원금에서 8000만원이 남는다. 여기서 주가지수가 10% 올라 20% 수익이 난다고 해도 9600만원만 남아, 손실 난 금액을 전부 회복하지는 못한다. 그냥 주가가 비슷한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해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 2010년 12월 출시한 한화2.2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재간접)종류A는 설정 이후 42.8% 손실을 내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금의 40% 이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설정 당시 코스피지수는 2040이었는데 다음 해인 2011년, 1600선까지 미끄러졌다. 이후에도 펀드 수익률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은 작년 5월 이 펀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서 움직였던 2009년에 설정된 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주식-파생]Class A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46.5%다. 같은 레버리지 펀드라고 해도 설정했을 당시의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180도 달랐다.

최강석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만기 시점의 주가지수가 중요한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레버리지펀드는 일일 변동률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불려나가는 구조라서 코스피지수처럼 주가지수가 좁은 범위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할 때는 수익률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월 이후 3000억원 넘게 순유입

최근 주가지수가 바닥 수준에 근접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 7월 코스피지수는 2100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랐지만 올 들어 180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작년 12월부터 레버리지 펀드로는 3213억원이 순유입됐다.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주식-파생]Class A로 983억원,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A로 753억원이 들어왔다. 하나UBS파워1.5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ClassA와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주식-파생)A 클래스로도 각각 506억원, 499억원이 순유입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레버리지 펀드는 장기 투자에는 적합한 상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진영 NH-CA자산운용 팀장은 "레버리지 펀드는 주가지수가 계속 상승하는 국면에서 투자하기 좋은 상품"이라면서 "하락하거나 옆걸음치는 장에서는 손실 금액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