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반등 길목 지키자" 油價 역발상 상품 봇물

국제유가 반등을 노리고 투자하는 '역발상'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작년 6월 이후 국제 유가가 계속 하락해 최근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밑돌게 되자,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바닥론이 고개를 들면서 '지금 투자해야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 자금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미국 4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의 규모가 2010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투자금도 원유 관련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유가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유 신상품 출시 잇따라… ETF 거래량도 늘어

KDB대우증권은 지난 12일 'KDB대우 원유분할매수 랩(Wrap)'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국내 상장 원유 ETF인 '타이거(TIGER) 원유선물(H)'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WTI 원유 선물 가격이 5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로 원유선물 ETF를 편입하는 구조다. 가격이 떨어지면 더욱더 투자 금액을 늘려서 이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지난 10일 WTI 가격에 따라 미국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최근 5년 WTI 평균가격의 60% 수준인 55달러 이하에서만 분할 매수를 진행하고, 5~10% 수익이 나면 자동으로 매도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원유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도록 만들어진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작년에 발행된 원유 DLS가 줄줄이 녹인(knock in·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지만, 새로 발행되는 DLS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현대증권·대신증권·동부증권 등이 원유 DLS를 새로 발행했다.

국제유가를 따라가는 타이거(TIGER) 원유선물(H) ETF의 거래량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상품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원유 가격을 따라가는 유일한 상품인데, 지금까지 월간 거래량이 70만주를 넘은 달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하루 거래량만 100만주를 넘고 있다. 지난 7일엔 일 거래량이 250만주를 넘었다.

◇떨어지는 국제유가… 바닥론 솔솔

이런 상품 출시에는 국제 유가 바닥론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2.59달러 상승한 48.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던 13일에 비해 5.6% 반등했다. 작년 6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최근 50달러 아래로 추락했으나 이날 반등하면서 국제 유가 바닥론에 불을 지폈다.

국제 유가 바닥론의 근거는 원유 생산량 감소에 있다. 작년 4분기 미국 원유 시추공 수가 2009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 때문에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이 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것이다. 중동 국가들까지 감산에 나설 경우 국제 유가가 V자로 반등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원유 5년 선도가격(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forward price)도 한 가지 배경으로 꼽힌다. 원유 5년 선도가격은 실제 상업적 수요를 잘 반영하는 수치인데, 2020년 2월 인도분 선도가격이 현물보다 20달러가량 높다는 것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반기부터 반등에 나서 연말에는 70~80달러 수준까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왜곡·녹인 주의해야

증권 전문가들은 유가 관련 상품에 투자하려면 가격 왜곡이나 녹인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보라고 조언한다. 원유 ETF는 일반 투자자의 주문이 몰리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원유 DLS의 경우 국제 유가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원유 선물 ETF보다 에너지 시추 기업 ETF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