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光州, 1시간 33분에 간다

올해부터 수도권·호남권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인다. 오는 3월 말 서울~광주광역시 호남고속철도가 정식 개통돼 1시간 33분이면 주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서울(용산역)에서 광주까지 가는 데 서대전역을 거치는 기존 호남선을 이용해 KTX가 제대로 속도를 못 냈다. 2시간 39분이 걸려 '무늬만 KTX'였다. 그러나 충북 오송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182.3㎞ 구간에 새로 고속철도가 깔리면서 현재 서울에서 광주까지 가는 데 걸리던 시간(2시간 39분)이 66분 줄게 됐다.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2009년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총사업비는 8조3529억원(차량 구입비 7360억원 포함) 들었다. 정식 개통에 앞서 지난 14일 본지 취재진이 충북 오송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달리는 시승식에 참가했다. 50분 조금 넘게 걸려 광주에 도착한 열차 속에선 "한숨 잘 시간도 없겠다"는 말이 나왔다.

◇11년 만의 속도 혁명

충북 오송역은 서울에서 부산행과 광주행 철도길이 나뉘는 분기점이자 광주까지 새로 깔린 고속철도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14일 오전 10시 레드와인빛 신형 열차에 올라탔다. 출발 약 5분 만에 시속 300㎞를 냈다. 귀가 잠깐 멍해질 정도였다. 고속철도 전용선이 아닌 호남선에서 달릴 땐 시속 150㎞ 남짓 속도를 내던 곳이다. 시승 열차는 27분 만에 전북 익산, 39분 만에 정읍을 찍고는 52분(원래는 54분 걸리지만 2분 단축) 만에 광주에 도착했다. 서울부터 오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합하면 93분 만에 서울서 광주에 갈 수 있다.

이에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대한민국 생활권역을 바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76분이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철도로 가는 시간과 10여분 차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이제 광주까지 직장 생활권에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돼 영남권이 반나절 생활권에 든 지 11년 만에 호남권까지 반나절 생활권에 묶이는 것이다. 목포~서울도 2시간 5분, 광주~인천공항도 2시간 9분이면 갈 수 있다.

◇"참말로 좋아져부렀구만"

속도도 빨라졌지만 최신 열차 시설도 눈길을 끌었다. 호남고속철도엔 'KTX 산천' 모델을 개량한 신형 차량이 달리는데, 실내공간이 넉넉해졌다. 좌석 사이 무릎 공간이 KTX 산천(일반실 14.3㎝)보다 약 5.7㎝ 늘어나 다리 뻗기가 수월했다. 모든 좌석 아래에는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을 충전할 수 있게 전원 콘센트가 있고, 좌석 회전도 가능했다. 좌석 수는 KTX 산천(363석)보다 47석 늘었다. 다만 터널을 지날 땐 옆 사람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소음이 있었다. 김상태 한국철도시설공단 기술본부장은 "기존 차량보다는 소음을 1~2㏈ 줄였지만 지형에 따라 소음 정도는 차이가 난다"고 했다.

'호남인의 숙원 사업' 호남고속철도 개통 소식에 전라도 사람들 반응도 뜨겁다. 광주에 사는 윤정숙(67)씨는 "광주 사람들 다 기대했는데, 아따 참말로 좋아져부렀다"고 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서울~광주 구간의 KTX 요금은 현재 3만8600원에서 4만7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에서 광주까지 비행기를 타면 7만~8만원(약 50분 소요), 자동차를 이용하면 '톨비'와 주유비 합쳐 5만6000원(약 4시간 소요)이 든다. 코레일 관계자는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시간 대비 가격 경쟁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개통일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3월 말로만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