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전환사채 직접 투자로 30% 差益? 하늘이 도와야 가능한 일"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윤모(60)씨는 최근 전환사채(CB)에 투자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윤씨는 "다른 투자자가 LG이노텍 전환사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주식으로 전환해서 30% 넘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전환사채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LG이노텍이 성공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채권인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얹어준 상품이다. 투자자는 발행한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채권에 투자한 원리금과 약속된 이자를 챙길 수 있고, 회사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LG이노텍의 사례는 성공적이지만 이례적인 투자 사례"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에게 전환사채 직접 투자는 어렵고, 주가 차익으로 큰 수익이 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모 CB로 돈 벌기 쉽지 않다"

개인 투자자가 직접 전환사채에 투자하려면 공모 전환사채 투자에 응모해야 한다. 하지만 공모식 전환사채에 투자해서 시세 차익을 보기란 쉽지 않다. 채권 이자는 받을지 모르겠지만 주식 시세 차익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행사 가능한 공모 전환사채 17개 중 11개 채권은 주가 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건설84는 주식 전환가액이 1만200원인데, 이날 종가는 8580원이었다. 유안타증권82는 주식 전환가액이 5602원인 반면, 주가는 3740원이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환사채마다 구체적인 행사 기간이 다르지만 행사가액과 종가를 단순 비교하면 주가 차익을 보긴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주식 차익이 날 것으로 보이는 6개 종목의 상황도 그리 좋진 못했다. 헤스본10 전환사채의 주식 행사가액은 1047원, 19일 종가가 2160원이었다. 당장 전환하면 큰 수익을 볼 수 있겠지만, 이 종목의 주가 흐름은 도통 종잡을 수 없다. 3일 연속 하한가를 내리 맞고 5일 연속 상한가를 치는 식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영업점 직원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때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소형주는 그 사이에 주식이 어떻게 오르내릴지 모른다"며 "'하늘이 도와줘야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CFO는 "재작년부터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금지되면서 어려운 기업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가 차익이란 게 기업 내용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기업에서 가능한 것이라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환사채 투자, 주의점은?

전문가들은 전환사채는 채권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의 강수연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채권 이자를 노리고, 주식 시세 차익은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보너스'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금리 이자를 준다고 해도 기업이 망하면 원금을 못 돌려받는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기가 보통 3~4년이고, 채권시장에 상장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중간 매도가 어렵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대신증권 채권운영부 관계자는 "상장이 안 된 전환사채도 있고 상장돼 있더라도 거래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픽싱이나 풋옵션·콜옵션 등 생소한 용어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리픽싱'은 주가가 내릴 경우 행사가액을 낮춰주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다. 특정 주가를 찍으면 회사가 전환사채를 회수해갈 권리(콜옵션)와 주가가 자꾸 내릴 것으로 보이면 투자자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갈 권리(풋옵션)에 대해서도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우증권의 한 PB는 "채권 투자자들은 매우 안정적인 성향이지만 전환사채는 주식에 버금가는 위험을 질 수 있는 투자자에게 어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