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정규직, 자식은 非정규직… 이건 바꿔야죠"
입력 : 2015.01.20 00:58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인터뷰
"두세대 아우르면 타협 가능
네덜란드·덴마크처럼 '유연·안정성 모델' 찾아야
올상반기가 마지막 기회"
"굉장히 절박합니다.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은 지금이 '골든 타임'이 아니라 이미 골든 타임을 지나 각종 사회·정치적 갈등이 터져 나오는 시점입니다. 이것이 안 되면 사회 갈등이나 정치적 분쟁이 더 심해질 겁니다. 올 상반기가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위원장은 지난 8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연 안정성(flexicurity)'이란 말을 9차례, '정책의 조합'이란 말을 12차례 반복했다. '해고는 곧 죽음'이라는 논리로 '고용 안전성(security)'을 강조하는 노동계와 '노동시장의 고비용·저효율이 경제를 죽인다'며 '고용 유연성(flexibility)'을 주장하는 경영계를 동시에 설득하는 노사정위 수장(首長)의 해법은 '고용 유연성'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었다. 노사정위는 오는 3월까지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대책 등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해낼 예정이다.
"좀 긴 호흡으로 현실뿐 아니라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조합해보고, 가장 나은 안(案)을 찾아내야지요. 한국적 '유연 안정성' 모델을 찾자는 말입니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노동계·경영계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노사정위 회의장에서 앞으로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이 대답을 거의 똑같이 반복했다. '유연 안정성'이란 기업에 보다 유연하게 근로자를 고용·해고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허락하는 대신 정부가 근로자에게 충분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줘 안전성을 높이는 개념을 말한다. 네덜란드·덴마크 등 선진 노동시장을 구축했다는 나라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경영계를 상대로 쓴소리도 쏟아냈다.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노동계에선 정규직은 털끝도 건드리지 말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만 시정하자고 그래요.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인데 노동계 주장처럼 하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습니까?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같이 사는 세상에서 이윤 추구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도외시하면 어떻게 하나요. 기업은 기업 역할을 수행하고, 노동계는 노동 역할을 수행해야지요."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여러 수단 중 하나가 고용 유연성일 뿐이며,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영국 유학 시절 옆방에 살던 톰이란 철강업체 근로자 얘기를 사례로 들었다. "1980년 초 영국에서 장기 불황이 이어지니까 톰이 다니는 회사에서 단축 조업을 시키더군요. 일주일에 5일 나가다가 3일 나가고, 그다음엔 2일만 나가더라고요. 그 모든 방법을 강구한 뒤에야 회사가 고용 조정을 했습니다." 고용 유연성은 근로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본 뒤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입장이다.
그렇다면 유연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조합해 한국적 유연 안정성 모델을 만들자는 걸까. "예컨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근로자들은 여유 시간이 생기는 대신 임금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대신 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갑작스러운 임금 삭감에 대해 처음에는 일부 보전을 해주다가 점차 생산성 향상을 유도해 나가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 둘 서로 양보하면 노동계·경영계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서 '윈·윈'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현 세대의 문제만 바라보지 말고 세대를 아우르는 생각을 하면 타협안도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보세요. 50대 아버지는 정규직이지만 20·30대 아들·딸들은 비정규직이지요. 이건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노동시장 대타협을 이끌 최대 관건은 "노사의 리더십에 있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올 3월까지 굵직한 현안에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난망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는 과제들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논의를 많이 해온 것들이며, 마지막 순간에 노·사·정의 리더십이 작용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인하대 교수 출신의 노동경제학자로,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背水陣)을 친 끝에 지난달 23일 큰 틀에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위원장은 지난 8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연 안정성(flexicurity)'이란 말을 9차례, '정책의 조합'이란 말을 12차례 반복했다. '해고는 곧 죽음'이라는 논리로 '고용 안전성(security)'을 강조하는 노동계와 '노동시장의 고비용·저효율이 경제를 죽인다'며 '고용 유연성(flexibility)'을 주장하는 경영계를 동시에 설득하는 노사정위 수장(首長)의 해법은 '고용 유연성'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었다. 노사정위는 오는 3월까지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대책 등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해낼 예정이다.
"좀 긴 호흡으로 현실뿐 아니라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조합해보고, 가장 나은 안(案)을 찾아내야지요. 한국적 '유연 안정성' 모델을 찾자는 말입니다."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노동계·경영계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노사정위 회의장에서 앞으로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이 대답을 거의 똑같이 반복했다. '유연 안정성'이란 기업에 보다 유연하게 근로자를 고용·해고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허락하는 대신 정부가 근로자에게 충분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줘 안전성을 높이는 개념을 말한다. 네덜란드·덴마크 등 선진 노동시장을 구축했다는 나라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경영계를 상대로 쓴소리도 쏟아냈다.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노동계에선 정규직은 털끝도 건드리지 말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만 시정하자고 그래요.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인데 노동계 주장처럼 하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습니까?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같이 사는 세상에서 이윤 추구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도외시하면 어떻게 하나요. 기업은 기업 역할을 수행하고, 노동계는 노동 역할을 수행해야지요."
김 위원장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여러 수단 중 하나가 고용 유연성일 뿐이며,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영국 유학 시절 옆방에 살던 톰이란 철강업체 근로자 얘기를 사례로 들었다. "1980년 초 영국에서 장기 불황이 이어지니까 톰이 다니는 회사에서 단축 조업을 시키더군요. 일주일에 5일 나가다가 3일 나가고, 그다음엔 2일만 나가더라고요. 그 모든 방법을 강구한 뒤에야 회사가 고용 조정을 했습니다." 고용 유연성은 근로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본 뒤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입장이다.
그렇다면 유연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조합해 한국적 유연 안정성 모델을 만들자는 걸까. "예컨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근로자들은 여유 시간이 생기는 대신 임금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대신 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갑작스러운 임금 삭감에 대해 처음에는 일부 보전을 해주다가 점차 생산성 향상을 유도해 나가는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 둘 서로 양보하면 노동계·경영계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서 '윈·윈'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현 세대의 문제만 바라보지 말고 세대를 아우르는 생각을 하면 타협안도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보세요. 50대 아버지는 정규직이지만 20·30대 아들·딸들은 비정규직이지요. 이건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노동시장 대타협을 이끌 최대 관건은 "노사의 리더십에 있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올 3월까지 굵직한 현안에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난망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는 과제들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논의를 많이 해온 것들이며, 마지막 순간에 노·사·정의 리더십이 작용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인하대 교수 출신의 노동경제학자로,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背水陣)을 친 끝에 지난달 23일 큰 틀에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