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년 사를 담다

‘로마인 이야기’에 비견할 만한 책

일본의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방대한 자료를 취재·정리한 역사서로 유명하다.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의 역사 현장을 15년에 걸쳐 15권의 책으로 풀어내며 로마역사의 콜로세움을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20세기 이야기’(1900~2000)는 ‘로마인 이야기’의 콜로세움에 비견할 만하다. 한국의 격동기 100년의 역사를 10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총 10권의 책에 나눠 촘촘하게 복기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원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2만 1000장이다. ‘20세기 이야기’ 역시 2만 2000장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20세기 100년 동안 일어난 각종 사건·사실·인물 중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들을 추려내 원인, 과정, 결과, 의미 등을 군더더기 없이 알기 쉽게 기술했다. 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 학문, 사상, 정치, 경제, 사회, 전쟁 등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현재까지는 현대편 6권(1940~2000년)이 완간된 상태고 나머지 4권(1900~1939년)도 사실상 탈고 상태라 곧 발간될 예정이다.

저자는 책을 쓴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100년 동안의 세계적인 대격변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이 궁금증을 풀려면 국내와 국외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사실·인물들을 함께 소개해야 거시적이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온전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세기 이야기’는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 양쪽의 이야기를 함께 담으려 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두 축의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모두 실었다. 이는 책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20세기 초 대한민국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세계에 내던져진 한 점의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결국 아가리를 벌리고 발톱을 내세운 일본 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질곡의 시대를 살아야 했던 대한민국이 비로소 명패를 내걸고 존재를 인정받은 것은 1948년. 하지만 곧 전 세계를 짓누른 미소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또다시 민족의 비극 6·25를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했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일어서고 가난과 폐허로부터 벗어났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코리아의 존재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정착시키고 경제적으로는 절대 가난에서 벗어나 물질적 성취를 이뤄냈다.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대표적인 모범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런 날이 있기까지 남북 대치와 개발 독재로 인한 인권 유린, 자본의 논리로 인한 노동자·농민의 희생이 잇따랐다. 민주화를 이룬 뒤에도 사회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이 계속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압축 성장에 따른 정신적 황폐화와 상대적 박탈감, 속물 자본주의 근성도 끈질기게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20세기 이야기’는 이런 우리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