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파생결합증권) 지각변동… 原資材 지고, 신용연계 뜬다

국제유가 급락이 국내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은 원자재나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의 가격이 일정 조건에 맞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해 주는 상품이다. 이 DLS 시장에서는 그동안 원유 DLS가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인기가 좋았는데,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번엔 특정 금융기관이 부도나지 않으면 2~3% 수익을 주는 스타일의 '신용 연계 D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중국이나 중국계 은행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DLS가 발행되고 있다.

◇신용 연계 DLS, 단기자금 운용처로 인기

하나대투증권이 지난주 판매한 'DLS 1064회'는 오는 4월 중순까지 중국이 부도나거나 파산하지 않으면 연 2.6% 금리를 준다. 3개월 안에 중국이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금리를 못 받는데,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증권사에서는 설명한다. 이 상품은 일주일 동안 영엄점을 통해 30억원 넘게 팔려나갔다.

D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해진 조건에 맞으면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비슷한 이름의 ELS(주가연계증권)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이 기초자산이 되는데 DLS는 금, 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나 특정 기관의 신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 많다. 예를 들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에 연 6~7% 수익을 제공하는 식이다.

최근 증권사에서 많이 발행하고 있는 신용 연계 DLS는 만기가 3~4개월 정도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 기간에 특정 기관이 부도나거나 파산하지 않으면 연 2~3% 금리를 준다. 대부분 단기간에 파산할 가능성이 없는 국가나 우량 기관에 투자하기 때문에 확정금리형 상품과 별 차이가 없다. 3~6개월 동안 돈을 넣어둘 만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1분기 신용 연계 DLS는 1조188억원 규모로 발행됐는데 4분기 1조5012억원으로 47.3% 증가했다. 오봉록 한국예탁결제원 팀장은 "원유, 금. 은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발행은 줄고 상대적으로 금리, 신용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는 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는데 작년부터는 증권사에서 중국 기관의 신용도에 따라 수익이 나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개발은행·건설은행·교통은행 등 중국계 은행의 신용과 연계한 DLS를 속속 출시했다.

강종원 하나대투증권 차장은 "현재 1년 만기인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 초반이기 때문에 3~4개월 만기에 2~3% 수익을 주는 DLS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다"면서 "원래는 일부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형 상품만 출시했는데 최근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 공모형으로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유 DLS 발행 금액, 6개월 만에 반 토막

반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DLS 발행은 줄고 있다. 작년 4분기 원유 DLS는 674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2분기에는 1570억원이었는데 반년 만에 발행액이 반 토막이 난 것.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2013년 이후 발행된 상품 중 대다수가 녹 인(knock in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당장 원금을 까먹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까지 국제 유가가 반등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DLS 중에서 녹 인 구간에 진입한 경우는 발행 금액 기준으로 9000억원이 넘었다. 전체 발행 금액(1조3000억원)의 70% 정도다. 다음 달부터 줄줄이 만기인데, 단기간에 국제 유가가 작년 초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일부 증권사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중도 환매를 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