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영화 시사회 < You're Not You>

겨울날의 늦은 시간 저녁 8시에 코엑스 몰을 향했다.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원작<언터처블 1%의 우정>을 잇는 감독 조지 C.울프, 힐러리 스웽크(케이트 역), 에미로섬(벤 역)의 감동의 영화 시사회참석이다.

늦은 저녁 시간까지 공부를 하여야 할까. 그냥 편안한 시간을 선택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친구와 동행하였다. 시사회? 라는 기대감에서 특별한 것이 없었던 만큼 오히려 영화는 진지하게 삶에 대한 볼거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우아한 여인 케이트(힐러리 스웽크)는 첫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당신은 70세까지도 지금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을 거야.”라고 애정 어린 표현을 하는 그녀의 남편 역시 완벽하기 그지없는 남성이다. 그녀가 소유한 모든 것들과 어울리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케이트는 여유로움과 남편의 사랑까지 다 지니고 37살의 화려한 생일파티를 열고 있다.

피아노를 연주하던 순간 그녀는 손가락의 이상을 느끼고 그 증세가 루게릭병의 시작임을 알아간다. 루게릭병으로 그녀의 우아한 삶은 변화되기 시작하고 간호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을 이어가지 못하는 시간이 지속된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서 완벽한 삶은 없다.’ 라는 생각을 하는 관객이 있다면 인간의 이기심으로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나의 행복을 생각한다.’는 전제로 영화가 던지는 위로가 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나의 의지로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라고 동행했던 친구가 귀갓길에 내게 해주던 말로 늦은 시간에 영화초대를 하였던 미안함이 상쇄되었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여유로운 환경이지만 점점 깊어져 가는 루게릭병의 상태로 하여 그녀는 환자 자신이 지니고 있는 예민함으로 남편에 대한 갈등이 시작되고 또한 그녀를 돌보는 간호인에게까지 자신의 감정이 이입되고 있음을 영화는 알려주고 있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내면의 갈등은 우리 삶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서서히 고통으로 전환되어가고 그녀는 그러한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면서 자신의 모습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는 도우미로 천방지축 아가씨 벤을 선택한다.

자기감정의 움직임을 거부하지 않는, 주스 한 잔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벤은 시선에 따라 최악의 간호인이지만 자연스러운 감정을 소유한 그녀를 케이트는 건강한 감정의 소유자로 바라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남편에게도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벤에게는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두 사람은 도우미와 고용인의 관계에서 벗어난 우정으로 발전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케이트의 상태는 허물어지고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을 깨달아가면서 마지막 시간에 대한 준비를 벤에게 부탁한다. 케이트가 원하는 죽음의 시간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벤을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음성까지도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루게릭병의 실상과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실체로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한 환자를 바라보아야 하는 가족들의 현실적인 고통까지도 바라보게 하는 영화는 나이 들어가는 우리에게 외면하지 못하는 현실의 모습이다. 건강한 삶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므로 하여 내 건강의 소중함까지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진심으로 너의 모습만을 바라보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케이트의 말은 환자인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래서 내 전부를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포장되지 않은 사랑을 원하고 있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소유하고 있었던 우아함의 이면에서 그녀는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으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하였던 것에 인생의 이중적인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완벽으로 포장되었던 부부의 모습이 감추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한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인간 이면에 감추고 있는 이중적인 구조로서의 내면의 모습을 생각하였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과 함께 환자로서의 주인공의 사고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오로지 내가 지니고 있는 나의 내면의 문제로서 환자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다.

실제로 나도 심각한 허리 병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 3개월여로 지속하였고 병원치료만으로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이 년간 계속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사십 대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이였지만 도우미 분의 도움 없이는 하루의 생활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댁 어른들은 자신의 몸조차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며느리에 대한 걱정이 증폭되고 있었다.

시댁식구들의 말 한마디가 참으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었고 환자로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몸의 고통이 항상 더 크다고 여기게 되고 그 고통은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환자의 정신적인 상태로 나 역시 가족들의 고통보다는 내 몸의 고통이 더 억울하였고 내 아픔이 더 앞서고 있었다. 참으로 기적같이 병이 치유되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그것이 환자가 느껴가는 감정의 이기심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완벽한 사랑의 모습을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면서 케이트는 더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첫 화면의 우아함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자 노력하였던 그녀는 의료처치를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벤에게 위임함으로 현대의 치료방법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의학적인 문제점을 제시한다. 현실적인 문제점으로서의 생명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알아가는 나이가 가져오는 건강의 문제가 순간 큰 비중을 지니고 마음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이 빛나는 아침으로 시작할 수 있음이다. 또한, 삶에서 만나지는 어느 순간이, 사회적인 제도로 엮어진 관계가 아니라 하여도 내 삶에서 소중한 한 사람의 너로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인연이 되어 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케이트의 감성으로 선택한 벤이 그를 오랫동안 아끼고 사랑하였던 남편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서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고 있었다. 왜 벤이었을까를 생각한다. 어떤 사회적인 관계도 혈육의 관계도 없는 케이트와 벤의 모습에서 끊지 못하는 전생의 보이지 않은 인연의 고리가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되는 동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기의 이치를 대입시켜본다.

두 사람이 지니고 있는 교감으로서의 정서를 환자인 케이트는 예민한 그녀의 촉감으로 알아내었던 것이다. 만남 이후에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알아가는 삶의 순리이다.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어떠한 물질에서도 앞면과 뒷면의 양면이 있음이다. 확연하게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이지만 그것에서 서로가 알아가는 삶의 동질감이 있었던 것이다.

내면에 깊숙하게 감추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서로가 마음으로 확인하고 알아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감정의 이어짐으로 나는 받아들이고자 한다. 어떠한 삶의 모습이던지 그것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서로가 이해하여 주는 관계로서만 소중한 인연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음이다. 그리하여 고통의 순간에서 선택한 너로 하여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빛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관계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인연의 끈은 이 순간에도 전생의 어느 시간대로 하여 이어지고 있다는, 그래서 분명히 이유가 있는 전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