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여행을 떠나다

"내일은 어디 가세요?"
 
"응, 이번주엔 1박 2일 섬 여행을 갈거야"
 
나의 이번 주 여행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직 어둠이 잠긴 새벽에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죽전 경부선 고속도로 간이 주차장으로 향했다. 반가운 몇몇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오른다. 따끈한 떡과 커피 한잔이 오늘 아침 식사이다. 여행은 자연과의 만남, 타인과의 만남, 그리고 나 자신과의 만남이라 했던가. 오늘 만나게 될 내 옆자리 인연은 누구일까 궁금하다. 살면서 여행이 나의 꿈이었지만 젊은 날엔 살기에 바빠 뒤늦게 여행을 시작하였다. 혼자 길을 나서기는 어렵고 더욱 함께 떠날 수 있는 길동무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동호회 카페를 통해 도보여행을 다닌 지 어언 십 년.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한 달에 한 번씩은 여행을 다녔다. 여행 중에 우리나라 금수강산의 4계절 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여러차례 경험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인지라 여행 마니아들이 많았다. 이들에게서 홀로 배낭여행하는 방법도 배웠다. 용기를 내어 제주 올레길을 보름간 홀로 걸어서 여행을 하였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였다.

첫째, 일정을 조절하고 비행기 티켓 예약, 제주에 가서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하고 그에 따른 숙소 예약. 혼자 하는 여행길엔 게스트하우스가 적당하다.

둘째, 여행에 필요한 용품준비, 교통편, 맛집 등 정보수집, 건강한 체력 유지를 위해 적당한 운동과 신경 써 식사를 조절한다.

홀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도보 배낭여행을 하고 왔더니 자신이 성숙되어진 느낌이 든다. 적어도 여행을 떠나는 데 생기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같은 것이 없어진 것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여행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된다. 풍광이 좋은 곳을 만나면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한 끼 식사에 감사한 마음이 들며, 스치는 인연들이 반갑다. 배가 불러옴에 포만감과 함께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은 넉넉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좋고, 저녁에 정갈한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몸을 누웠을 때 느끼는 편안함도 만끽하고, 그리고 스멀스멀 곤한 잠이 밀려올 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은 현실이라는 좁은 테두리 안에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나의 사고들을 객관적인 사고로 변할 수 있게 해준다. 여행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며 삶의 시야를 넓혀 준다. 무엇보다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훌훌 일상을 털어버리고 오로지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