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교육 애널리스트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김미연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직장인 여의도보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더 이름을 날렸던 김미연(39) 애널리스트. 지난 2011년부터 매년 각종 입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교육의 정석' 시리즈를 발간하고 입시 설명회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그런 그가 최근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김 본부장은 오는 3월 여성 소비에 초점을 맞춘 '여성시대 펀드(대신 아시아퍼시픽 컨슈머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여성 시장은 지난 2009년 13조달러에서 지난해 18조달러로 크게 늘면서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3배, 인도의 10배 수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여성 구매력 향상에 따른 수혜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소비 트렌드에 관한 한, 본인 스스로가 인간 인덱스(지표)이기 때문에 여성시대 펀드의 최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기자에게 홈쇼핑 고객 등급을 보여주면서 "제가 홈쇼핑 VIP 고객일 정도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면서 "쇼핑 마니아인 제가 구입할 정도라면 그 상품은 무조건 성공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해당 홈쇼핑 업체의 VIP 등급은 1년 100회 이상 구입해야 따낼 수 있는 계급장이었다). 그는 "제가 어떤 물건을 사고 나서 문득 둘러보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사고 있더라"면서 "그렇게 꽂힌 업체는 바로 기업 탐방으로 찾아가보고 리서치 보고서를 펴내곤 했는데 백전백승이었다"고 말했다. 여성이 소비를 주도하는 종목은 반드시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머니섹션 M플러스가 김 본부장을 만나 왜 여심(女心)에 주목해야 하는지 혜안을 들어 봤다.

―왜 하필 여성인가.

"지금은 남자가 벌어도 여자가 쓰는 시대다. 전 가구에서 여성의 파워가 점점 세지면서 소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63%에 육박하고, 가정 경제권을 쥔 기혼 여성 비율이 68%에 달한다.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은 40%를 웃돈다. 서울대 로스쿨도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이렇게 점점 강해지는 여성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캐치업해서 펀드에 담을 것이다. 자동차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특정 자동차 브랜드가 히트를 친다면 분명 집에 있는 사모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식을 편입하는 식이다. 해외 소비와 관련한 아시아권 주식은 스위스 UBP운용사에서 고르게 된다."

―그런데 여자 마음은 갈대다.

"그렇다. 소비 트렌드는 빨리 바뀌기 때문에 사회 트렌드에 맞게 종목을 교체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 이 펀드를 잘 꾸리려면, 여성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특정 기업이 아무리 잘나 보여도 총기를 잃었다 싶으면 가차없이 제외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될성부른 회사는 자식처럼 잘 키우겠다는 생각이지만, 달라지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능력 부족 주식은 끝까지 품 안에 넣고 있진 않을 생각이다."

―어떤 종목을 골라 담나.

"여성시대 펀드는 주식을 총 5등급으로 나눈다〈표 참고〉. 소비의 주된 주체가 여성인데 여기에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와 남성까지 합류하면 최고 등급이다. 여성에게만 사랑받거나 혹은 남성이 살짝 옆에 붙는 양성 주식도 괜찮다. 하지만 남성만 선호하는 업종의 주식은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등급을 나눠 보면 1~3등급이 내가 사는 종목이다. 아마 열 중 여덟은 입거나 타거나 먹거나 바르거나 하는 업종일 것이다. 여성의 소비 패턴이 고스란히 주식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보면 된다."

―향후 소비 트렌드는.

"요즘 사람들이 명품을 어디에서 사는가. 백화점이나 홈쇼핑에서 사는 비율은 줄었다. 대신 같은 상품을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해외 직구라는 소비 채널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에선 백화점·명품 주식을 사면 안 된다. 올해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확대될 것이다. 얇아진 지갑 사정에 큰돈이 들지 않는 여가나 물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미 한국 경제는 성숙기에 들어갔고 경기 확장도 잘 안 되고 있다. 저가 항공이나 중저가 화장품 업체 주가가 최근 크게 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인데 학원 업종도 담는가.

"교육주는 절대 사지 말아야 한다. 그 옛날엔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논밭을 팔아서라도 애 교육은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경기가 어려울 때에도 학원주는 사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입시가 다양해지고 있다. 수시로 학생을 60%나 뽑고 있으며, 학생 개개인별로 전부 들어가는 방법이 다르다. 지난 2008년 메가스터디가 38만원 꼭지를 치고 지금 6만원대까지 쭉 미끄러진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실패한 케이스가 많다.

"애널리스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면 성공한다. 설사 예측이 틀려도 큰 지장이 없다. 그런데 펀드매니저는 글만 백날 잘 써봤자 소용없다. 주가를 맞혀야지…. 애널리스트로 16년 일하다가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긴다고 하니 다들 제정신이냐고 말렸다. 사실 교육 시장 분석 보고서인 '교육의 정석'이 히트를 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오래 머문 것 뿐이다. 나는 정말 오래전부터 펀드매니저가 되어 칼을 휘둘러 보고 싶었다. 더구나 여성시대 펀드는 나의 전공 분야를 살려 운용하는 펀드인 만큼, 잘해낼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