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된 헬스케어·소비재… 중소형株 잘나가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형주가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대형주 주가가 몇 년째 비틀대는 동안 2인자였던 중소형주가 국내 증시에서 조금씩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업종이 점점 다양화되고 있어 중소형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주 비중 27.2%… IT버블 때 수준으로 확대

국내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종가 기준으로 27.2%를 기록했는데 5년 전인 2010년에 비해 6.6%포인트 늘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한국거래소가 분류한 유가증권시장의 중형주, 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값이다. 그만큼 대형주의 몸집은 줄어든 셈이다.

2000~2002년까지만 해도 중소형주는 국내 증시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IT(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지금은 상장폐지된 많은 벤처기업이 증시에 이름을 올렸던 때다.

하지만 IT버블이 꺼지면서 투자자를 끌어모았던 벤처기업이 하나둘씩 증시를 떠났고 중소형주 비중은 계속 줄었다. 2004년에는 20%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대형주 부진에 중소형주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2010년부터는 중소형주 비중이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투자할 만한 대형주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유망한 중소형주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4.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형주 지수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3.7%, 21.6% 올랐다. 코스닥지수도 9.4%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에는 594.39를 기록했는데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주요 대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던 반면에 중소형주는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형주는 수출기업 비중이 높아 해외 악재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주 펀드 5년 수익률 평균 77.1%

실제로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에 투자한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최근 5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18.0% 수익을 냈다. 중소형주 펀드는 7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중소형FOCUS 1[주식](A)는 5년 수익률이 118.5%에 달했다. 이 펀드는 대상·한세실업·GKL 등 중형주로 분류되는 종목을 주로 담고 있다. HDC좋은중소형 1[주식]Class C,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자 1(주식)Class A1도 100% 넘는 수익을 냈다.

좋은 성과를 낸 덕분에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2010~2014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1조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1조553억원이 순유입됐다.

일각에서는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봉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이 작년 1월 이후 대형주의 PBR을 앞질렀다"면서 "대형주에 비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고 앞으로 오를 만한 이유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중소형주 강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해외 변수가 아직 남아있고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대안 투자처로 중소형주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 증시가 급락한 이후 코스피지수는 당시 수준을 회복했지만 코스닥지수는 여전히 그때보다 아주 낮다"면서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