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한 한국 농업기술, 개도국 희망이 됐죠"

"다 자라도 300㎏에 그치던 한우를 18개월 만에 600㎏으로 키워내고 있는 게 한국 축산입니다. 유전자원 기술을 중심으로 농업에서의 다양한 성취를 인류와 나누는 일에 한국이 나설 차례지요."

지난 22일 이탈리아 로마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식량농업유전자원위원회(CGRFA) 총회에서 새 의장으로 선출된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조창연(54·사진) 박사는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도약한 농업 기술만으로도 개발도상국들에 빛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CGRFA는 동·식물, 산림, 수산 등 4개 분야 유전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보존을 위해 1983년 설치된 기구로 인류 기아와 빈곤 퇴출이 첫째 목표다. 세계 178개국과 유럽연합(EU)을 회원국으로 하는 이 위원회에서 조 박사는 동아시아 국가 대표 가운데 처음 선출된 의장이다. 그는 2001년부터 축산과학원에서 일하면서 유전자원 이용과 생물다양성 보존 등을 위한 국제 무대에서 한국 정부 대표로 활동해왔다.

유전자원 이용·보존에 관한 국제협력은 인류 영양 공급에서 기후 변화 대응으로까지 분야가 넓혀진다. 물론 이는 이윤을 위해 유전자원을 거래하는 곡물·축산·의약 등 다국적 기업의 이해와 충돌하기도 한다. 생물다양성협약에 미국부터 서명을 미룬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조 의장은 말했다.

"예컨대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만 해도 중국 원산의 식물에서 추출해 미국 기업이 신약으로 개발했고, 스위스 업체가 그 특허를 사들여 독점 생산합니다. 생산 독점은 공급 부족을 낳습니다. 유전자원을 둘러싼 선·후진국들 이해 조율에 유엔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죠."

당장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자(1990년 7억명)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자는 게 유엔 목표였다. 조 의장은 2년 임기 중 6개월마다 국제회의를 통해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유전자원 기술 협력의 성과들을 검검하며 10년 단위의 새 실행 계획을 짜야 한다. 위원회 사무국 직원 30명과 함께 매년 회원국들로부터 취합하는 유전자원 이용 동향 보고서만 수천 쪽이다.

한국이 해외 16개국에 농업기술 전문가를 보내는 등 국제사회 기여를 늘려온 가운데 그가 2011~2013년 케냐에서 국제축산연구소 상주 연구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CGRFA 의장 당선의 배경이 됐다. 그는 아프리카의 초보 연구자들과 동고동락하며 현지 재래 닭 품종 세분화 및 개량의 길을 열면서 소의 비육도를 높이는 기술을 보급하기도 했다.

조 의장은 "해방 후 토지 개혁과 산림 녹화, 이중곡가(二重穀價), 새마을운동까지도 개도국들이 배우고자 열망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 안성 출신으로 일본 도쿄농업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 남원 운봉고원의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재래 유전자들을 관리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