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低금리에 증시 부진에… 기관 돈, 부동산 펀드로 몰려

부동산 경기는 침체 상태지만 부동산 관련 펀드에는 돈이 계속 몰리고 있다.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부동산 사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수익을 올려 돌려주는 상품인데, 최근 주식이나 채권의 대체 투자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 확대로 당분간 부동산 펀드에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펀드 규모 5년 새 두 배

2일 증권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부동산 펀드 설정액(국내에서 설정된 부동산 펀드, 국내·외투자 포함)은 30조44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04년 부동산 펀드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규모가 늘어나 10여 년 만에 30조원을 넘어섰다. 2010년 14조원에서 2014년 기준 29조6000억원으로 최근 5년 동안에 설정액이 두 배가 됐다. 부동산과 건설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말 설정액 규모가 2013년 대비 22% 늘어난 것이다.

전체 펀드 규모 대비 부동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 비중은 지난 2010년 4.4%에서 지난해 7.8% 수준으로 증가했다. 리츠 규모 역시 2010년 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9000억원으로 커졌고, 리츠 개수도 52개에서 98개로 늘었다. 펀드 및 신탁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해외 부동산 펀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선진국 경기 회복과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 증가로 2010년 2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8조4000억원으로 세 배가 됐다.

◇저금리에 기관 대체 투자 확대

부동산 간접투자 규모가 증가한 것은 저금리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대체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낮은 금리와 증시 부진에 따라 일반적 투자 방법으로는 높은 수익을 얻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연기금과 보험사 등이 보유한 자산이 계속 늘어나자 새로운 투자 상품이 필요했는데, 분산 투자를 위해 주식, 채권과 연관성이 낮은 대체 투자 대상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대체 투자 비중은 2008년 3.7%에서 2014년 11월 말 기준 9.5%까지 늘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해외 대체 투자 금액(21조8000억원)의 55.8%(12조2000억원)를 해외 부동산 부문에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2015~2019년)간 대체 투자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도 대체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자들이 분산 투자와 수익률 향상을 위해 국내외 부동산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3~4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모 펀드 수익률 양호… 관심 가져볼 만

증권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도 부동산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부동산 펀드 투자 비중은 금융기관과 일반 법인이 9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公募)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도 양호하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부동산 펀드 중 건물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임대형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8.5%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8%)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 평균 수익률 역시 8.5%로 높다. 이 중 글로벌 리츠 펀드는 1년 수익률이 30%에 이른다. '미래에셋TIGER합성-MSCI US리츠부동산상장지수(파생)(H)'가 38.8%로 가장 높고, '한화라살글로벌리츠부동산자(리츠-재간접)(A)' '하나UBS글로벌리츠부동산[재간접]종류A' 등도 30%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