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회장보다 이제 '윤하' 할아버지로 유명해져"

"나보다 박윤하가 더 유명해졌네. 이젠 '윤하' 할아버지로 행세해야겠어."

박맹호(81) 민음사(民音社) 회장이 3일 '오늘의 작가상' 개편을 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열기에 앞서 손녀 자랑부터 펼쳐놓았다. 손녀 박윤하(17)양이 오디션 방송 프로 'K팝스타 4'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민음사 출판 그룹의 오너 일가라는 사실도 알려져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문열 '삼국지'를 비롯해 숱한 문학 베스트셀러를 낸 민음사를 중심으로 어린이 책 전문 '비룡소', 과학 전문 '사이언스 북스', 교양·실용서 전문 '민음인', 장르 문학 전문 '황금가지'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박맹호 회장의 손녀가 방송에서 인기를 끌자 최근 민음사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외모는 제 아버지(박근섭 민음사 대표)를 닮았는데, 제 엄마(김세희 민음인 대표)의 '끼'를 이어받은 것 같아"라며 웃었다. 손녀가 방송에서 나미의 노래 '슬픈 인연'을 불러 호평을 받은 뒤 "어머니가 노래방에서 가장 잘 부르는 노래"라고 밝힌 적도 있다. 출판계에선 "민음사의 '음(音)' 자 덕분에 손녀가 노래를 잘하나 보다"라는 말도 나왔다. "박윤하가 우승해서 소설책을 추천하면 한국 문학의 큰 축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벌써부터 나왔다.

박맹호 회장은 "좋은 소설책 출판이 어려웠던 1970년대 말에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을 이번에 확 개편해보겠다"고 밝혔다. 1977년 한수산의 '부초'가 첫 수상작이었던 '오늘의 작가상'은 이문열·박영한·장정일 등을 배출해낸 유명 문학상이다. 민음사는 지금껏 신인 응모작을 심사해온 제도를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해마다 전년도 6월 1일부터 그해 5월 31일까지 출간된 장편소설과 소설집 단행본을 심사해서 수상작을 뽑는다.

민음사는 작가와 평론가·언론인·독자들로 구성된 추천위원단(50명)이 고른 1차 후보작 20~30종을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공개한다. 5~7인의 심사위원단이 합의하고 인터넷 독자 설문 조사도 반영해 최종심 10편을 골라 수상작을 결정한다.

박 회장은 "민음사가 아닌 출판사에서 낸 단행본에도 상을 주겠다"며 "본격 문학이 아닌 SF와 추리 등 장르 문학도 심사 대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한국 문학이 몇 년 전부터 많이 처져 있다.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보는데, 이제 우리 소설도 읽게 하고 싶다. 나이 팔십이 넘어서 내가 새로 할 일이 뭘까, 생각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을 떠올렸다. 민음사가 얻는 것은 없다. 있는 거 다 뿌리고 가겠다."


☞박맹호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1966년 서울 종로에서 민음사를 창업해 문학과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로 키웠다. 1990년대 이후 어린이, 자연 과학, 장르 문학 전문 출판사를 잇달아 만들어 민음사 출판그룹을 일궜다. 장녀 박상희씨가 비룡소 대표를 맡고 있다. 장남 박근섭씨가 민음사 대표, 며느리 김세희씨가 민음인과 황금가지 대표이고, 손녀 박윤하양은 장남 부부의 2녀 중 둘째 딸이다. 차남 박상준씨가 민음사 공동대표 겸 사이언스북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