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 "핵심 점포 증축… 文化공간 늘려 고객 잡겠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부산 본점, 대구점 같은 핵심 점포의 증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3년 이상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이원준(59) 롯데백화점 사장은 4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증축을 통해 늘어나는 공간은 판매 시설이 아니라 공연장 같은 문화 공간 등 고객 편의 시설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백화점의 전국 백화점 점포에서 공연장·놀이시설·극장·음식점 등 고객 편의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10% 미만이다. 이런 공간을 최대 25%까지 넓혀 고객이 백화점에 머무는 시간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을 여가(餘暇)와 쇼핑을 한꺼번에 즐기는 도심 속 복합 쇼핑몰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가장 먼저 증축 작업을 시작한 부산 본점은 후문 쪽에 있던 땅에 지상 9층 규모 건물을 짓기 위해 최근 부산시에 건축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연면적은 4만6852㎡로 지상 11층짜리인 기존 건물보다 약간 작다. 소공동 본점 증축은 2005년 명품(名品) 백화점인 에비뉴엘이 생긴 이후 10년 만이다. 이 사장은 "30여년 성장하던 백화점 산업이 2012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도심 백화점도 이제는 변신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넘나들면서 고객이 물건을 사도록 하는 '옴니채널(omni-cha nnel·다채널)' 전략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이미 많은 고객이 백화점에서 시험해본 다음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점찍어 둔 상품을 백화점에 와서 만져보며 확인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시작한 '픽업(pick up) 데스크'가 이런 전략에 맞춘 것이다. '픽업 데스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백화점에 와서 가져가도록 하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백화점에서 매장 직원 말을 듣고 물건을 사는 고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본 정보를 보고 구매하는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옴니채널은 이런 고객을 겨냥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여기에는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이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 침투해오는 것도 한 요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쟁자가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에서 아마존·이베이·인터넷 쇼핑몰·모바일 쇼핑몰 등 모든 유통업체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그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백화점 성장의 견인차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2012년부터 2년 동안 롯데면세점 대표를 맡아 면세점 매장 확대, 중국인 대상 온라인몰 오픈 등 새 서비스를 출범시켜 면세점 매출을 매년 10~20%씩 늘린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백화점에서 제품을 구입해도 세금을 되돌려주는 환급(還給) 제도를 정착하고 백화점이 면세점보다 최신 상품을 빨리 제공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일부 제품 가격은 시내 면세점보다 싸게 책정해 공급할 겁니다"

청주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군 제대(공군 학사장교) 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하는 그는 상품본부장, 영업본부장 같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협력업체가 돈을 벌어야 백화점도 더 잘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만큼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최근 6~7개였던 결재 단계를 4단계로 줄이는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그는 "20여년 호황 시절 유지해온 조직으로는 장기 불황을 이겨낼 수 없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즉각 경영에 반영하는 빠른 의사 결정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