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주가연계증권) 반토막 나도… 투자자들은 배상 거의 못받아

-21.9%. 개인 투자자 김상현씨(38)가 지난 2011년 투자했던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상환 수익률이다. S-Oil 주가 흐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당시 두 자릿수 금리를 준다는 말에 가입했는데 10만원이 넘던 주가가 2년 새 반 토막 나면서 오히려 원금을 까먹게 됐다.

김씨는 상품을 팔았던 증권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손실 금액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증권사에서는 가입 서류에 김씨가 서명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부당 권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손실 배상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2009~2011년 종목형 ELS에 투자했다가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발행됐던 상품의 만기가 몰려 있는 2012년부터 증권사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ELS 분쟁 건수 2년 새 152.1% 증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간접투자상품과 관련한 소비자 분쟁 건수는 지난해 726건이었다. 2012년 288건이었는데 2년 동안 배 이상 늘었다. 간접투자상품 중에서도 ELS 관련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종목형 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람들이 증권회사에 부당 권유를 근거로 들어 배상을 요구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 비보장형 ELS는 2009~2011년 대형주 주가 상승기에 많이 발행됐다. 이후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던 SK이노베이션·S-Oil·포스코 등 일부 대형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뒤 만기 시점인 2012년에도 회복하지 못하자 원금을 까먹게 된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상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증권사가 상품을 부당권유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투자자가 가입 시점에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가입 서류에 직접 서명한 이상 입증하기는 어렵다.

◇소송 제기해도 대부분 패소

일부 투자자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ELS 투자자들은 KDB대우증권과 도이치뱅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금융사들이 고객들에게 수익을 주지 않기 위해 만기 직전에 보유한 주식을 대거 매도해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투자자 측은 주장했다. 법원에서는 1심에서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만기 직전에 증권사에서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을 '시세 조종'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인데 그동안 법원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매매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증권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진 거래를 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ELS 관련 소송에서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는 못 봤다"고 전했다.

◇지수형 투자 권하는 전문가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ELS에 투자하고 싶다면 종목형보다는 지수형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승호 하나대투증권 부장은 "2010년까지는 종목형 ELS가 지수형보다 수익률은 높고 투자 위험은 낮은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두 상품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종목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대형주가 당분간 상승하기는 어렵다"면서 "종목형 ELS의 투자 매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황용 KDB대우증권 PB는 "원금 손실 조건이 똑같이 50%라고 해도 지수형과 종목형의 투자 위험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