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푸는 기업들… 配當金(배당금) 4조원 가까이 늘어

올해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총액이 작년보다 4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또 상당수 기업이 작년엔 배당하지 않다가 올해 배당을 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가 2014년도 실적에 대한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시장 전체 12월 결산법인)를 집계한 결과 이달 5일까지 총 253곳이었고, 이들이 지급하겠다는 배당금은 10조2751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엔 배당을 공시한 곳이 140곳, 배당금은 6조3726억원에 불과했다. 1년 새 배당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기업이 80.7%(113곳) 늘어나고, 배당금 전체 규모도 61.2%(3조9025억원) 급증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지적이 줄기차게 나오고, 정부도 현금을 쌓아두는 대신 투자나 배당을 하라며 기업을 압박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총 톱10 기업 배당수익률, 1.2%→1.6%로

현재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배당을 공시한 법인은 145곳이다. 작년엔 같은 기간에 86곳뿐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작년엔 54개사였으나, 올해는 108개사로 배 수준으로 늘었다. 12월 결산법인은 통상 3월 중순까지 배당을 공시하게 돼 있다. 지난해 773개 유가증권 상장사 중 최종적으로 배당을 발표한 곳은 절반 수준인 381곳이었고, 이 중 2월 초까지 배당 정책을 밝힌 곳은 23%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 공시서비스팀은 "예년과 달리 배당금 지급 여부와 지급액 규모를 빨리 결정해 발표한 기업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배당에 대한 기업들의 자세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배당 기업이 늘어난 만큼, 배당금 총액도 크게 늘었다. 유가증권 시장 법인의 배당 총액은 현재까지 9조8774억원, 코스닥 시장 법인은 3977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59.3%와 129% 증가했다. 작년엔 배당을 안 줬지만, 올해는 배당금을 주겠다는 기업도 최소 36곳에 이른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S, 만도 같은 곳이다. 3월이 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 배당 총액의 70%를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대형 기업의 배당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2조816억원이었던 배당금을 올해 2조9246억원(+40.5%)으로 늘렸고, 현대차도 작년 5344억원에서 올해엔 8173억원(+52.9%) 주기로 했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배당 공시가 완료된 8곳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액) 평균은 1.62%로 지난해 1.21% 대비 0.41%포인트 뛰어올랐다.

◇주주 친화 문화 뿌리내리나

국내 상장사들이 예년보다 벌어들인 돈이 많아서 올해 배당금을 획기적으로 늘린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이익은 정체 상태이고, 삼성전자·현대차의 경우 이익이 크게 줄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이 더 많은 배당금을 요구하고, 정부가 뚜렷한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자, 이에 화답하듯 개별 기업이 움직인 결과 배당 증가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미 배당을 확정한 기업과 앞으로 배당을 발표할 기업까지 합쳐 올해 배당 성향(순이익 중 배당액 비율)은 16.4%, 배당수익률은 1.24% 정도로 추산된다"며 "세계 평균 배당 성향(40%)이나 배당수익률(2.4%)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배당지표가 이제 반등하기 시작하는 초입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축되기만 했던 기업들의 배당정책이 전향적으로 바뀌면서, 한국 시장에도 배당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배당금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단지 외부 압력에 못 이겨 배당금을 늘렸다고 보기보다는, 앞으로 이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류주형 연구원은 "KOSPI200 기업들을 대상으로 2010년 이후 연속으로 배당을 공시한 총 605번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배당을 늘린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9.8%(180영업일간)로 배당을 줄인 경우(2.6%)보다 월등했고, 배당금과 배당 성향을 동시에 늘린 경우에도 이듬해 순이익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고 분석했다. 배당 자체에 투자에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기업의 배당 결정만 따라 투자해도 중간 이상의 수익은 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