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대기업 물럿거라" M&A 새로운 强者 사모펀드

지난해 12월, 국내 자동차 공조제품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놀랍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43세의 젊은 대표가 이끄는, 태어난 지 4년밖에 안 되는 사모펀드가 매각 규모 수조원에 이르는 회사의 경영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처음 PEF의 인수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자동차 업계는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까지 컨소시엄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해외 연기금과 국민연금의 투자를 유치하자 비로소 PEF가 국내 최대 자동차 공조제품 업체의 새로운 주인이 됐음을 실감했다.

그동안 대기업과 해외 자본들이 주름잡던 국내 경제·산업계 지형도를 PEF라는 새로운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송두리째 다시 그려놓고 있다. PEF란 주로 금융회사 등 대형 자본의 자금을 모아 기업을 사들인 후 경영을 개선한 뒤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다. 넉넉한 실탄에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컨설팅업체, 금융회사, 법조계 등 다양한 경력의 경영진까지 포진한 국내외 PEF는 최근 있었던 대규모 인수합병(M&A)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올리며 경제계의 새 주축 세력으로 떠올랐다.

◇현대증권·KT렌탈 인수전에서 잇따라 두각

지난달 30일 현대증권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PE가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오릭스가 인수 가격으로 약 1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28일 실시된 국내 최대 렌터카업체 KT렌탈의 매각 본입찰에서는 전체 최종 입찰자 6곳 가운데 2곳이 PEF였다. MBK파트너스와 IMM PE는 컨소시엄을 이뤄 본입찰에 나섰고, 외국계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참여했다. 오릭스 PE도 뒤늦게 한국타이어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KT렌탈은 국내 최대 렌터카업체로 매각 금액 규모가 8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이 자금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PEF들이 유력한 경쟁자로 나선 것이다. 지난해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금액 규모도 약 3조9400억원에 달했다.

◇M&A 통한 바이아웃 투자 PEF, 외국계 IB 출신 등 포진

지난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생겨난 국내 PEF 펀드 수는 275개이며, 현재 출자 약정액은 51조5038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수합병 시장을 흔드는 국내 PEF는 열 곳 안팎이다.

MBK파트너스는 설정액이 6조3663억원에 이르는 대형 펀드로 세계 최대 PEF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아시아 대표로 활동했던 김병주 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케이블TV 업체인 씨앤엠과 HK저축은행, 정수기업체 코웨이, 의류업체 네파 등을 인수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통해 '신흥 강자'로 떠오른 한앤컴퍼니도 외국계 IB 출신인 한상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 한 대표는 모건스탠리 PE에서 일하던 시절 중국 산수이시멘트 투자로 원금 대비 약 4배에 이르는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다. 한앤컴퍼니 설립 이후에도 대한시멘트, 한남시멘트, 쌍용양회 등 시멘트업체들에 많이 투자했다.

보고펀드는 2005년 설립된 국내 1호 토종 PEF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 변양호씨와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를 역임한 금융맨 출신 이재우씨가 손잡고 설립한 보고펀드는 동양생명과 BC카드, 아이리버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2007년 LG실트론 인수를 위해 만든 SPC(특수목적회사)가 상장 실패로 지난해 부도가 나면서 현재 보고인베스트먼트와 보고인베스트먼트 그룹으로 분리된 상태다.

◇대기업 구조 조정 늘면서 PEF 성장 속도 빨라질 듯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PEF 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의 자율적인 구조 조정이 지속되면서 M&A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주력 사업 대상과는 거리가 있어 매물로 나왔지만, 기술력과 안정적인 실적 개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PEF들의 주요 인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