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제국' 키우는 中 부동산 재벌

중국의 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61·사진)이 회장인 완다그룹이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방영권을 가진 스위스의 스포츠 마케팅회사 '인프론트 스포츠 앤드 미디어'를 10억5000만유로(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10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왕젠린 회장은 인수 사실을 발표하면서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회사의 영향력을 높이고, 중국의 스포츠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왕 회장은 최근 중국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부자 순위에서 재산이 1600억위안(약 28조원)으로 리허쥔 한넝그룹 회장에 이어 둘째 갑부로 조사됐다. 인프론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방영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으며, 월드컵 축구 주관방송사 HBS를 자회사로 둔 알짜 회사다. CEO인 필리페 블라터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조카이다.

이번 인수 소식은 완다그룹이 4500만유로(약 555억원)를 들여 스페인 프로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20여일 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극장 체인 AMC 시어터와 영국의 호화 요트 제조사 선시커 등을 인수하며 완다그룹 몸집을 불려온 왕젠린 회장이 스포츠 분야까지 아우르는 '제국 건설'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젠린 회장이 막강해진 스포츠계 영향력을 활용해 오랫동안 아시아권에서 고전하는 중국 축구의 기량 향상에도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왕 회장은 그동안 아파트·백화점·호텔 등을 한곳에 모은 '완다광창(廣場·플라자)'을 중국 전역에 100곳 가까이 지었으며, 부동산시장 둔화와 상관없이 대형 프로젝트들을 밀어붙이고 있다.